부차 학살은 서막… “러, 마리우폴 민간인 5000명 대학살”
전 세계를 충격과 분노에 빠뜨린 우크라이나 부차 민간인 대학살에 이어 마리우폴에서는 그보다 훨씬 큰 규모의 민간인 대학살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드미트리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부차에서 본 것은 러시아군이 저지른 범죄의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는데, 마리우폴은 그보다 훨씬 더 심하며 이를 숨기기 위해 인도주의적 접근을 막고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 당국의 주장이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BBC 등에 따르면 바딤 보이쳰코 마리우폴 시장은 최근 몇 주간 러시아의 포격과 시가전으로 5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졌으며, 이 중 210명은 어린이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러시아군이 대규모 학살을 숨기기 위해 이동식 화장터에서 시신을 소각했으며 거의 50명은 산 채로 불에 탔다"고 참상을 전했다. 보이쳰코 시장은 "도시 전체가 죽음의 수용소가 됐다. 마리우폴이 새로운 아우슈비츠"라며, 도시기반 시설 90% 이상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전략적 요충지
러시아군 한 달간 집중포격·공습
마리우폴 도시 기반 90% 이상 파괴
“숨진 민간인 중 210명이 어린이
학살 숨기려 인도적 접근 막아”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반군 점령지인 돈바스와 러시아가 무력으로 합병한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요충지로, 러시아군은 한달 이상 집중 포격·공습을 가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학살을 은폐하려 마리우폴에 대한 인도적 접근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터키 하베르투르크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인도적 화물을 싣고 마리우폴에 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세계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게 될까봐 그들(러시아)이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건 비극이고 생지옥”이라며 “수십 명이 아니라 수천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이 모든 것을 숨기고 우크라이나 사상자를 모두 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이 있었던 보로?쳐タ【?도 잔인한 학살의 정황이 드러났다. 러시아군은 최근 이곳을 떠나며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폴란드 루블린을 연결하는 ‘유럽고속도로 373호선’ 일부 구간에 수십 개의 대전차 지뢰를 깔아놓기도 했다. 민간인 시신에도 기폭장치를 설치, 수습조차 힘들게 만든 만행이 전해지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이미 러시아가 키이우 외곽 도시 부차 등 곳곳에서 범죄 증거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협상 없이 전쟁을 멈추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돈바스 지역에서는 조만간 러시아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우크라이나 당국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돈바스에 속하는 루한스크·도네츠크와 하르키우 지역 주민의 즉각적인 대피를 촉구했다.
세르히 가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도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러시아 측이 허락한다면 우리는 모든 주민을 데리고 나올 것”이라며 “지금까지 봤다시피 러시아군은 (민간인 대피를 위한)휴전을 항상 준수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안전할 때, 버스와 기차가 있을 때 대피할 것을 모든 주민에게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