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화장’ 지쳤나… 양산 시민들, 시립화장장 건립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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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저항으로 번번이 좌절된 경남 양산 시립화장장 건립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화장 시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이 시립화장장 건립을 먼저 요구하는가 하면, 지방선거 출마자도 이를 주요 공약으로 채택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화장 수요 급증
시설 없어 부산·울산으로 원정
지역민 우선에 순서 밀리기 일쑤
지방선거 공약으로도 등장

7일 양산시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양산 13개 읍·면·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민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상·하북면과 덕계동 주민들이 잇달아 ‘시립화장장 건립’을 요구했다. 상북면 한 주민은 “양산에 화장 시설이 없다 보니 코로나19로 인해 화장장 이용이 어려워 3일장이 5일장, 6일장이 되고 있다”며 시에 해결을 요구했다. 덕계동 한 주민도 “시립화장장 건립에 박차를 가해 주기를 바란다”고 시의 결단을 촉구했다. 시민과의 간담회 등 공식 석상에서 이처럼 주민들이 먼저 시립화장장 건립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양산시민들은 코로나19로 사망자가 폭증하자 실제 화장시설 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산은 화장장이 없어 부산과 울산의 화장 시설을 주로 이용 중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민이 우선권을 갖다 보니 양산 주민들은 화장 순서가 뒤로 밀리기 일쑤다. 이 때문에 장례 기간이 3일장에서 5일장, 6일장으로 늘어나고, 심지어 창원이나 남해, 진주까지 원정 화장을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알려지자 지방선거 출사표를 던진 시장 후보들도 시립화장장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주민 반발이 심한 사안이어서 과거 선거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국민의힘 나동연 전 양산시장은 시립화장장 건립을 주요 공약으로 채택했다. 나 전 시장은 “화장 시설이 포함된 시립 추모공원 건립을 계획 중”이라며 “주민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역에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과 함께 편의시설도 대거 설치해 공원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당 정장원 전 양산시 총무국장도 “주민 공모를 통한 인센티브로 추모공원 건립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부산지역 경계 지점 그린벨트에 건립해 부산시와 공동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같은 당 한옥문 전 도의원과 이용식 시의원, 민주당 박종서 전 양산시 도시건설국장도 “주민 공모를 통한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부지를 확정한 뒤 시립화장장을 건립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양산시는 2005년에 2009년까지 종합 장사시설을 포함한 대규모 시립추모공원을 조성하기로 하고 기본계획용역 발주와 함께 2곳의 후보지를 선정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시기상조라는 여론에 밀려 추진이 중단됐다.

양산시는 이어 지난해 5월 16년 만에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시립화장장 설치에 대한 시민 의견 수렴’에 나선다고 밝혔다. 당시 찬성이 더 많으면 시립화장장 설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지만, 여론 수렴 결과 ‘공설 화장시설 건립은 필요하지만, 본인 거주지 인근에 설치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시는 또다시 님비로 시립화장장 건립이 어려워지자, 장사 문화 인식개선 교육과 함께 시립화장장 시설 건립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사실상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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