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이판행인데… 인천공항은 되고 김해공항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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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와 방역당국이 김해공항에서 만 6~17세 백신 미접종자의 국제선 탑승을 거부하면서 국제선 활성화가 어려움에 처했다. 사진은 최근 인천공항(왼쪽)과 김해공항의 국제선 청사 모습. 연합뉴스·부산일보DB

김해공항과 인천공항의 출입국 검역기준이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공항의 대표 국제선인 사이판 노선의 경우 만 6~17세 백신 미접종자의 탑승이 불가능했지만, 인천공항에선 가능했다. 이달 중 재취항할 부산~괌 노선도 상황은 같았다. 유아·청소년의 백신 접종률이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가족여행 수요가 대부분인 김해공항으로선 가뜩이나 더딘 국제선 활성화를 더욱 어렵게 하는 ‘족쇄’라는 지적이 인다.

7일 질병관리청 김해공항검역소에 따르면, 부산~사이판 노선은 백신 접종자(2차 접종 기준)와 만 6세 미만 비접종자에 한해 비행기 탑승이 허용되고 있다.

부정기노선이라 검역 기준 차별
김해선 미접종 청소년 탑승 불가
인천선 자가격리 전제로 허용
질병청 “국토부 조건에 따른 것”
국토부 “방역당국 요청에 따라”
관련 당국 서로 책임 떠넘기기

반면, 인천공항의 경우 만 6~17세 비접종자도 추후 자가격리를 전제로 사이판 여행이 가능하다. 김해공항이 인천공항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는 것이다.

현재 김해공항 국제선은 사이판과 칭다오 2개 노선에 불과하다. 사이판 노선은 에어부산과 제주항공에서 각각 주 2회(화, 토요일) 운항하고 있고, 칭다오 노선은 에어부산에서 주 1회(목요일) 운항 중이다. 사실상 사이판 노선이 ‘메인 노선’이다.

사이판 노선의 경우 대표적인 가족여행 노선이다. 그런데 김해공항에선 백신을 맞지 않은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은 불가능하다. 특히 유아·청소년의 낮은 백신 접종률을 고려할 때 상황은 더욱 치명적이다. 7일 방역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만 5~11세의 백신 1차 접종률은 1%도 되지 않았다. 만 12~17세 청소년도 1차 68%, 2차 65%의 접종률에 그쳤다. 확률상 만 6~17세 자녀를 둔 가족의 절반 이상이 김해공항을 통한 사이판 여행이 불가능한 셈이다.

사이판 노선뿐만이 아니다. 이달 중 김해공항에서 재취항할 괌 노선도 마찬가지다. 인천공항에선 백신 미접종 청소년의 괌 여행이 가능한 반면, 김해공항에선 불가능하다. 괌 노선 역시 사이판 노선과 마찬가지로 대표적 가족여행 노선인 만큼, 노선 재취항 후에도 모객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처럼 인천공항과 김해공항 간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이유는 노선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사이판·괌 노선을 정기노선으로 승인받은 반면, 부산에선 부정기노선으로 승인받았다. 정부는 부정기노선에 대해 기본적으로 백신 접종자에 한해서만 탑승을 허용하고 있다. 김해공항의 정기노선은 칭다오 노선뿐이다.

그럼 왜 김해공항에선 해당 노선들을 정기노선으로 승인 받지 못했나. 이유는 정부의 ‘인천공항 입국 일원화 조치’에 따라 지방공항에는 당분간 국제선 정기노선을 확대하지 않고 있어서다.

게다가 이러한 불평등한 기준 적용에 대해 관련 정부당국에선 서로 책임을 미루기에만 급급하다. 질병관리청 김해공항검역소에선 “국토교통부가 해당 노선의 승인 조건을 그렇게 정해 허가했기 때문”이라며 국토부에 책임을 돌렸고, 국토부 관계자는 “질병관리청 요청을 받아들여 승인 조건을 정했다”며 오히려 질병관리청에 그 책임을 다시 떠넘겼다.

한편 최근 국토부는 연말까지 3단계의 일정으로 국제선 운항을 5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정작 지방공항의 정기노선 확대는 3단계가 되어서나 이뤄질 예정이다. 3단계의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2단계가 7월부터이니 3단계는 아무리 빨라도 그 이후가 될 수밖에 없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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