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규제자유특구 1조 7000억 유치했는데… 부울경 합해도 557억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에서 자유롭게 신기술을 시험해 볼 수 있도록 규제자유특구를 도입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꽤 성과가 있는 분야도 있었지만 부산·경남·울산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인다. 사업 특성상 단기간에 평가를 내리기엔 어렵다는 평가도 있지만 부울경이 비수도권에서 가장 경제규모가 큰 점을 감안하면 중간 성적은 기대에 못미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규제자유특구 도입 3년을 맞아 그간 이룬 실적을 10일 발표했다. 규제자유특구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여러 규제를 풀어 자유롭게 신기술을 실증하도록 지정된 구역을 말한다. 제도 도입 후 14개 시·도에서 29개 특구(71개 세부사업)가 운영되고 있다. 부산에 △블록체인 △해양모빌리티 △암모니아 친환경에너지(착수 준비 중), 울산이 △수소그린 모빌리티 △게놈서비스(착수 준비 중) △이산화탄소 자원화, 경남은 △무인선박 △5G활용 차세대 스마트공장 등 부울경엔 8개의 특구가 있다.
중기부 특구 도입 3년 실적 발표
부산 블록체인 대학원 성과에도
일자리·투자 유치 기대 못 미쳐
전국 29개 특구에서는 71개 사업에 대해 실증을 진행했는데 그중 9개는 세계 최초다. 제주에서는 개인용 전기차 충전기를 서로 공유하는 충전 공유 플랫폼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됐고 충북에서는 가스사고를 막기 위해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가스시설 차단·제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경남에서는 국내 최초로 무인선박 항해구역을 정해 무인상태에서 자율운항 실증을 추진하고 충돌 회피, 자동 이접안 등 다양한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는 성과도 냈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3년간 2조 4000억 원을 유치했고, 그중 특구에는 1조 9962억 원을 유치했다. 아울러 특구 내로 237개 기업이 이전했으며 2409개 일자리가 창출됐다.
지역 대학에서 관련 학과가 신설되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블록체인 융합보안대학원이 2020년 4월에 설립됐고 대학연구센터를 통한 블록체인 플랫폼 분야 기술개발과 인재양성 과정도 생겼다. 실증제품에 대한 매출도 나와 부산 블록체인 특구 ㈜비피앤솔루션은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사용하도록 임시허가를 받아 블록체인 기반 물류유통 시스템을 판매해 지난해 말까지 5억 원 매출을 냈다.
하지만 부울경은 다른 지역에 비해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부진한 편이다. 투자유치를 합해 봐야 557억 원에 불과하고 일자리도 439명밖에 안된다. 다른 지역의 경우, 경북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특구에는 1조 7000억 원이 투자되고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특구에는 총 32개의 기업을 유치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곳도 많다. 부산 업계 관계자는 “규제특구라는 게 실험적 성격이 많아 성공과 실패를 점치기 어렵다”며 “현재의 성적만 본다면 부울경은 다른 지역보다 한참 못미친다”고 평가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