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 기차역에 미사일 공격… 민간인 수백 명 사상
러시아군이 피란민이 몰린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기차역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처참한 현장 상황을 전하는 증언이 이어져 세계를 또 다시 공분에 빠뜨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이 쏜 토치카-U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 도네츠크주 북부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의 기차역을 타격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어린이 5명을 포함해 50여 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부상했다. 단일 공격에 의한 민간인 피해 규모 기준으로 지난 2월 24일 개전 이후 최악의 참사 가운데 하나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밝혔다.
우크라 동부 도네츠크주 기차역
당시 처참했던 현장 증언 잇따라
친푸틴 정치인들 잇따라 등 돌려
이날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주민 옐레나 칼레몬바 씨는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도처에 사람들이 있었다. 떨어져 나간 팔다리와 살점, 뼈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고 참상을 전했다. 칼렌몬바씨는 “폭발로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나 피란민으로 가득 찼던 대기 구역으로 파편이 날아들었다”며 “한 노인은 다리를 잃었고, 다른 사람은 머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한 남성은 WP에 “내 위로 떨어진 시체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며 “그들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고 전했다.
기차역에는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해 중서부 지역으로 가는 첫 기차를 기다리던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 수천 명이 있었다. 러시아군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당국의 경고에 최근 며칠간 기차역에 피란민이 몰려들고 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격 당시 기차역 주변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없었다면서 러시아가 무차별적으로 민간인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그들이 저지르는 ‘악’에는 한계가 없다. 이를 처벌하지 않으면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U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판도 잇따랐다.
푸틴의 20년 절친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도 9일 전진이탈리아 전당대회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의 행동에 심히 실망했다는 점을 숨길 수도 없고 숨기고 싶지도 않다”며 푸틴에 등을 돌렸다. 또 그동안 '기권' 축에 서 있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도 “멕시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푸틴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