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4%대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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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달보다 4.1%나 올랐다. 4%대 물가 상승률은 2011년 12월의 ‘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4%대 물가 상승?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한국은행이 통상 잡고 있는 연간 물가 상승률 목표치가 2% 정도다. 우리 사회를 질곡으로 몰아 넣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인 2008년의 물가 상승률이 4.7%였다. 4%대 물가는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통계치는 엄밀히 말하면 물가지수다. 소비자가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물가와는 차이가 크다.

정부가 상품의 가격을 조사하지만 특정 품목을 정해 하나의 단위로 묶은 뒤 복잡한 공식과 가중치를 적용해 평균을 낸 숫자일 뿐이다. 먹고사는 데 필수적인 상품이 빠지거나 덜 중요하게 여겨진 채 지수에 반영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대부분 물가지수는 시장의 현실과는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석유류 제품이 그렇다. 지난 3월 휘발유는 전년 같은 달보다 27.4% 올랐다. 물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유는 37.9% 급등했다. 가장들은 가족과 승용차 타고 봄 나들이 가기가 겁나고 화물기사들은 못 살겠다고 난리다. 30% 이상의 기름값 상승치도 ‘4%대 물가’라는 표현 속에 숨어 있는 것이다.

기름값만큼이나 피부로 와닿는 물가는 음식값이다. 지난 3월 전년 동월 대비 외식 물가 상승률은 6.6%로 일반 소비자물가보다 상승폭이 훨씬 컸다. 나열하자면 갈비탕 11.7%, 햄버거 10.4%, 짜장면 9.1%, 치킨 8.3%, 라면 8.2% 식이었다. 서민 술의 대표 격인 막걸리도 무려 9.7%나 올랐다. 이러니 “세상에 월급 빼고 안 오른 게 없다”는 한탄이 나오는 게다.

문제는 물가 상승률 4% 시대,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근래 물가 상승의 이유가 국내 요인보다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 탓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물가 오름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며, 한국은행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 아래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물가(인플레이션)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 하는데, 그래서 더 두렵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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