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광역시 환경보건센터의 출범과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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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동아대 의대 교수

영화 ‘다크 워터스’에서는 우리에게 헐크로 잘 알려진 마크 러팔로가 거대 화학기업 듀폰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등장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1975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파커즈버그에서 한밤중 무언가 유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약 20년 후, 해당 지역의 소들이 이상 행동을 하며 죽고, 기형아 출산율과 암 발병률이 증가하는 일이 발생한다. 일상에 편리하게 사용되어 온 한 화학물질의 독성을 알리며 수억 달러의 배상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문제가 된 화학물질은 PFOA라는 과불화합물의 일종이다. 탄소와 불소의 결합으로 구조가 안정적이고 물과 기름에 모두 저항성을 가진 특징이 있어 주방용품 코팅, 식품 포장지, 광택·염색제, 의류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어 왔다. 문제는 이 물질이 체내 흡수되면 배출되지 않고 몸속에 쌓여 여러 가지 건강 영향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PFOA 노출과 질환과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사상 최대의 역학조사, 즉 6만 9000명의 혈액 샘플을 수집하여 역학적 인과관계를 조사하고 6가지 질환에 대한 연관성을 발표하는 장면이 영화에 등장한다.

과불화합물뿐 아니라 우리는 수많은 화학물질에 일상적으로 노출된다. 아침에 일어나 세안제, 몸 세정제를 이용해 씻고 로션을 바른다. 일회용 컵에 커피 한 잔을 들고, 미세먼지를 가르며 출근을 한 뒤, 다양한 사무용품이 있는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식사는 즉석밥과 컵라면 혹은 맛집에서 플라스틱 용기에 랩으로 포장되어 온 배달음식으로 해결한다. 손 세정제와 소독제도 틈틈이 사용한다. 퇴근 후에는 근처 숯불구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지극히 일상적인 삶 속에서도 사실 수십에서 수백 가지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 환경보호청(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서는 ‘CompTox’라는 사이트를 통해 약 90여 만 종 화학물질의 물리화학적 특성과 노출, 독성정보 등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유해물질의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환경성 질환을 사전에 조사·파악하기 위해 부산광역시 환경보건센터가 출범하였다.

환경부와 부산시, 그리고 동아대가 함께 2022년부터 부산시의 다양한 환경보건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먼저, 올해는 미세먼지가 높은 지역과 교통량이 많은 서부산권 지역의 역학조사가 중점사업이다. 지난 10년간 지역별 측정망 자료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조사 지역을 선정하고, IOT 기술을 이용한 미세먼지 모니터링도 시범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환경유해물질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뉴스레터 발행과 리플릿 제작 등 전통적인 방식과 함께 AR/VR(가상증강현실) 기반의 교육홍보 시스템을 개발하여 가능한 모든 세대와의 소통을 추진 중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영화 다크 워터스는 주인공 역의 마크 러팔로가 영화 제작에도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코 헐크라는 애칭이 생길 정도로, 환경보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중에게 정보를 알리고자 기울이는 그의 모든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 부산시의 환경성 유해요인과 환경보건 문제들을 조사하고 환경성 질환의 예방을 위한 향후 부산광역시 환경보건센터의 에코 헐크 같은 역할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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