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지원 작전 나섰던 헬기 추락… 해경 3명 사망 ‘참변’
[해경 헬기 사고]
대만 해상에서 조난된 예인선 ‘교토 1호’ 수색 인력 지원에 나서던 해경 헬기가 제주 앞바다에 추락해 대원 3명이 순직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해경은 사고 헬기를 인양한 뒤 블랙박스를 국토교통부로 보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실종 상태인 교토 1호 선원 3명을 찾기 위한 수색도 이어지고 있다.
10일 남해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시 30분께 제주 마라도 남서쪽 약 370km 해상에서 남해해경 항공대 소속 S-92 헬기가 바다로 추락했다.
대만 해상 조난 ‘교토 1호’ 수색 돕다
8일 복귀 중 마라도 해상서 추락
해경, 해저 58m서 기체 인양 나서
조종사는 다발성 골절 중상 입어
이 사고로 부기장 정두환(50) 경감, 전탐사 황현준(27) 경사, 정비사 차주일(42) 경사가 순직했다. 기장 최 모(47) 경감은 다발성 골절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정 경감과 황 경사는 8일 오전 2시 10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후 실종됐던 차 경사도 9일 오전 11시 20분께 해저 약 58m 지점 헬기 내부에서 발견됐다.
헬기는 교토 1호 수색에 투입할 해경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대원 6명을 3000t급 해경 경비함정 3012함에 내려준 뒤 김해공항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추락했다. 해경에 따르면 헬기는 8일 0시 50분께 3012함에 도착해 특수구조단 대원과 장비를 내리고 항공유를 보충했다. 이어 오전 1시 30분께 이륙했지만, 이륙 직후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 관계자는 “이륙 직후 30∼40초 만에 추락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경비함정에서도 사고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해경 헬기 추락 사고 원인으로는 기체 결함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가 난 S-92 헬기는 2019년 이후 결함 사례가 28건 기록됐다. 사고 약 1달 전인 3월 6일에도 헬기 비행관리시스템 부품에서 결함이 발견돼 1주일간 정비를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됐다.
해경이 보유한 S-92 헬기에서 사고가 난 것은 처음이다. 해당 헬기는 미국 시콜스키사에서 2014년 제작했고 해경은 같은 해 3월 2대를 확보했다. 내구연한은 26년으로 2040년까지 18년 더 운용할 수 있다.
조작 미숙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에 따르면 기장 최 경감은 24년 동안 3155시간을, 부기장 정 경감은 23년 동안 3238시간을 비행했다. S-92 헬기 기종도 최 경감은 328시간, 정 경감은 379시간을 비행했다. 한 기종을 200시간 이상 비행하면 교관 자격이 주어진다.
당시 기상 조건도 비행에 큰 어려움을 주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에 따르면 당시 해역에는 남동풍이 초속 2~4m로 불고 파고는 1m, 시정은 약 9.3km였다.
다만 한밤중 해상을 비행하며 함정에 이·착륙하는 일 자체가 어려워 조종 역량과 무관하게 사고가 날 가능성이 다른 임무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야간 해상 비행은 참조할 수 있는 불빛이 없어 육상 비행에 비해 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기체를 인양해 블랙박스를 분석한 뒤 드러날 전망이다. 해경은 9일 오후부터 해저 약 58m 지점에 있는 헬기를 인양하고 있다. 이후 해경은 인양된 헬기를 부산으로 옮기고 나면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블랙박스를 보내 사고 원인을 분석한다. 조사위원회는 해경 관계자, 국토부 관계자,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한편 7일 오전 9시 50분께 대만 서쪽 18해리 해상에서 조난된 322t급 예인선 교토 1호 수색은 이어지고 있다. 교토 1호에는 부산 거주 선원 6명이 탑승하고 있었고, 3명은 구조됐으나 사망했다. 대만 당국과 해경은 나머지 실종자 3명을 찾기 위해 수색을 벌이고 있다.
손혜림·김동우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