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함께 식사하기로 했는데”… 동료들 망연자실
[해경 헬기 사고]
“아버지는 자신이 해경이라는 사실에 대단한 자부심을 지니셨던 분이었어요. 그런 아버지를 위해 이제 나라에서 책임을….”
지난 8일 오후 부산 시민장례식장에서 정두환(50) 경감의 아들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8일 제주 마라도 해상에서 벌어진 해경 헬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은 정 경감은 아내와 딸, 아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정 경감 아내는 “직장 때문에 남편을 따라 포항에서 부산으로 왔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정두환 경감, 두 자녀에 ‘해경 자랑’
차주일 경사, 솔선수범 정비사
황현준 경사, 내년에 결혼 앞둬부산시민장례식장에 합동분향소
정 경감이 보여준 탁월한 업무 역량은 해경 내에서도 이름나 있다. 2020년 10월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중학생 2명이 실종된 사고에도 헬기 부기장으로 수색 작업에 나서 실종자 1명을 최초 발견하기도 했다. 2021년 11월 통영 욕지도 모노레일 탈선 사고에서는 부상자 구조 작업에 나서 중증환자 5명을 긴급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당시 몰았던 헬기가 이번에 사고가 난 S-92 기종이다.
사랑하는 연인과 미래를 그리던 젊은 해경도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황현준(27) 경사는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랑이었다. 오랫동안 만난 여자 친구와 결혼에 대해 본격적으로 의논하던 차였다. 황 경사의 어머니는 “생때같은 자식을 잃어 보니 나라를 위해 일하다가 ‘순직’했다는 사실조차 와닿지 않는다”며 눈물을 쏟았다.
정비사 차주일(42) 경사도 쉼 없이 일하는 엔지니어였다. 10일 오후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호남119 특수구조대 이봉환(49) 전문경력관은 “차 경사와 해경 입사 동기로 인연이 오래됐는데, 항상 솔선수범하는 동료였다”며 “조만간 부산에서 함께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지킬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사고 전 제주에서 차 경사와 만났다고 전한 제주소방안전본부 구조구급과 항공대 황성호(39) 소방장은 “야간에 멀리 비행을 하니 안전하게 임무를 마치고 조심히 복귀하라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다”며 “아직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순직한 해경 대원들의 장례식은 오는 12일까지 시민장례식장에서 해양경찰청장장으로 치러진다. 합동분향소는 장례식장 1층에 마련됐다. 합동 영결식은 장례 마지막 날인 12일 오전 10시 강서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해양경찰청은 순직 대원들을 국립묘지에 안장하고 훈장 추서, 국가유공자 지정 등 예우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안준영·나웅기·김동우 기자 wong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