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장관 후보자 모두 ‘시장 우선주의자’…정책전환 예고
10일 새 정부의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로 지명된 인사들을 살펴보면 모두 시장을 우선하는 ‘시장주의’라는 특징을 갖는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경호 의원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원희룡 전 제주지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창양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 모두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됐던 △최저임금 상승 △탈원전 정책 △소득주도 성장 △부동산 규제강화 등의 정책은 수정되거나 변경되고 민간혁신을 앞세우는 시장경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먼저 추경호(63) 의원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주로 기획재정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지내고 1차관까지 역임한 관료출신이다. 추 의원은 국회 기재위원으로 지내면서 국정감사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여러차례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기재위 국감에서 추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약 30% 가까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이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자리가 부족해 세금으로 직접일자리 사업을 많이 늘렸다. 재정일자리 사업이 15조원 정도 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에 대한 그의 시각은 현 정부와 반대 쪽에 위치한 부분이 많다. 또 거시경제와 금융 등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전문성이 꽤 높아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지휘할 자리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당내에 많았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국민의 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을 탄압하고 모든 국민을 월세 임대주택에서 살라며 ‘월세 소작농’을 강요하는 잘못된 주택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양도세와 보유세를 모두 없애거나 내 집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이같은 발언이 현실화될지는 물론 미지수다.
원 전 지사는 장관 지명 소감에서 대해서 “꿈을 잃은 젊은 세대가 미래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며 “균형발전의 핵심인 지역의 공정한 접근성과 광역교통체계 개선, 미래형 교통체계 혁신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 장관에 지명된 이창양 교수는 행시 29회에 수석으로 합격해 공직에 입문해 15년여간 산업 정책을 다뤘다. 이후 학계로 자리를 옮겨 기술혁신경제학 분야의 석학으로 이름을 알렸고 기업 사외이사 등을 두루 거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과 관련한 논문 등을 통해 정부의 과도한 중소기업 지원이 기업의 성장을 막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날 후보자 지명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가 재도약할 산업 정책에 대해 “큰 방향은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 활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장관 지명자의 면면을 보면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강한 개입보다는 시장을 중심에 두는 시장주의를 우선하고 있어 향후 경제정책이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된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