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지역균형발전부총리를 기대한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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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사회부장

기대가 앞선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말이 자주 들리는 까닭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선 듣기 힘들었던 의제다. 대선 기간 지역은 소외감이 컸다. ‘수도권만을 위한 국가’의 틀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더 커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직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꾸려졌다. 이후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한 논의가 계속 이어진다. 지역균형발전특위는 기업 주도 혁신생태계 조성 등으로 4년 뒤 비수도권 인구 비중을 5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비좁은 수도권에 과반수의 인구가 뒤엉켜 사는 기형적 구도를 개선해보겠다는 의지다. 수도권은 우리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수도권은 인구로 88.2% 면적의 지방 전체를 앞질러버렸다. 2년 전부터 빚어진 수도권의 비수도권 인구 역전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한다. 수도권 인구 쏠림 억제에 더해 경제적 편중 완화 목표도 제시됐다. 지역균형발전특위는 2026년까지 비수도권 GDP 비중을 60%로 올리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지금 비수도권 GDP 비중은 47.9%이다.

대선 과정 실종 지역균형발전 의제

대통령인수위 균형발전특위 출범

수도권 과밀화 기형적 구도 개선 의지

산은·수은 이전 추진으로 부산도 ‘활기’

지방과 수도권 대결 구도론 곤란

전담 부처 신설로 동력 높여야

부산과 관련한 구체적 실행 방안들도 속속 확인돼 지역에 활기가 깃드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이어 수출입은행도 동반 이전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국책은행 동반 이전으로 부산의 금융중심지 도약 노력에 탄력을 붙이겠다는 뜻이다. 이는 윤 당선인이 지역균형발전 의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해석돼 지역에선 약간의 안도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곳곳에서 확인되는 ‘지방 소멸’ 위기 신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는 뜨뜻미지근하게 대응해 온 게 사실이다. 새 정권 출범 이후 앞으로 국가 정책 흐름에 어떤 획기적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파란불이 켜진 듯하지만 반드시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역균형발전에는 수도권의 저항이 엄청난 걸림돌이다. 지역균형발전이란 의제는 지방과 수도권의 투쟁 구도를 내포한다. 모든 걸 쥐고 흔들 힘과 능력을 가진 수도권과 소멸 위기 속에서 허덕이는 지방의 대결이 숨어 있는 것이다.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강자의 버팀과 수도권이라는 블랙홀에 빼앗긴 무언가를 되찾으려는 약자의 발버둥이 맞부딪는 구도다.

사실 수도권의 기득권은 본래 주어진 게 아니다. 지방보다 앞선 여러 조건으로 지방의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얻은 결과물이다. 지역내총생산(GRDP) 통계를 보면 1990년대 초부터 20여 년 동안은 지방이 수도권보다 우세했다. 그러나 인재와 자본, 지식의 중요성이 절대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으며 수도권은 높게 비상했다. 모든 면에서 상대적 열세에 놓인 지방은 움츠러들었다.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일자리가 풍부한 수도권은 지방의 청년들을 끌어당겼다. 청년층이 엷어지고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지방은 갈수록 활기를 잃었다. 수도권은 사람과 돈을 무한정 흡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국가와 정치권은 수도권의 비정상적 비대화를 묵인했다. 결국 지방과 수도권의 불균형에 따라 빚어지는 지방의 문제는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에 다다랐다. 그 해법이 지역균형발전 정책이다.

하지만 수도권은 과도한 집중화로 얻게 된 것들을 좀처럼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산은, 수은 부산 이전과 관련해 수도권에선 벌써 반발 기류가 거세다. 부산의 주요 현안인 저비용 항공사(LCC) 통합본사 부산 설치와 관련해서도 수도권에서 견제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울경은 이미 가덕신공항 문제 등으로 수도권의 격렬한 어깃장과 저항을 경험했다. 인천국제공항 기능 분산에 반대하는 자본, 언론, 관료 등 수도권 기득권 집단은 가덕신공항 건설 취지를 철저히 부정했다. 반대 논리를 개발해 가덕신공항 추진을 집요하게 방해했다. 부울경 시민의 안전과 편의는 그들에겐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수도권만 사는 길은 지방을 소멸로 몰아간다. 수도권 내부적으로도 봐도 과밀화가 수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수도권 일극 집중화는 결국 국가 전체를 위기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 과도한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분산 정책이 필수다. 국토가 균형 있게 발전하기 위해선 수도권에 편중된 것들을 어느 정도는 고르게 나눠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새 절대적 강자 지위에 오른 수도권은 이 논리를 절대 달가워하지 않는다. 부단한 국가적 노력만이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사회적 동의와 정책 실행을 이룰 수 있는 방편이다. 새로 출범할 정권이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지역균형발전을 꼽았다. 이를 위해 전담 부처나 관련 부총리직 신설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균형발전부총리 또는 지역균형발전부 장관이 일하는 새로운 균형발전의 시대를 성급히 기대해본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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