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기 치료는 양방, 재발 반복 땐 한방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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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겸 한의사가 말하는 ‘코로나 후유증’ 양한방 치료법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500만 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숨은 감염자까지 포함하면 인구 절반 가량은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확진자 중 상당수가 ‘코로나19 후유증’(롱 코비드)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후유증은 기침, 가래, 몸살, 소화불량, 무기력증, 브레인 포그(머리가 멍해지며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 어지러움 등 다양하다. 심한 경우는 폐섬유화로 진행되면서 폐조직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기도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일상생활에 빨리 복귀할 수 있기 위한 양한방 치료법을 강내과의원(서강약손한의원) 강성주 원장으로부터 들어본다. 강 원장은 소화기내과 전문의 겸 한의사로 양한방 치료를 같이 시행하고 있다.

만성피로·소화불량 등 다양한 증상
기침·가래 장기화, 한약 복용 좋아
폐렴 확인되면 항생제 투여 필요
어지럼증엔 침·정맥순환제가 도움


■호흡기 증상, 흉부 엑스레이나 CT검사 필요

세계보건기구(WHO)는 롱 코비드를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확진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적어도 2개월, 통상 3개월 동안 다른 진단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을 겪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근에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한 환자의 31.7%가 최장 19개월까지 만성피로를 느끼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조사 의료기관별로 적게는 입원환자의 20%, 많게는 79%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짧게는 2~3주에 끝나지만 길게는 3개월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먼저 호흡기 쪽에 이상 증상이 제일 많이 발생한다. 기침, 가래, 몸살, 미열감 등이다. 지속적으로 기침, 가래 등이 나타날 때는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시행해 볼 수 있는데 환자의 절반 가량이 정상으로 나온다. 하지만 흉부 CT 검사를 받으면 폐렴 소견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폐렴이 확인되면 항생제를 투여하면서 경과 관찰을 한다.

기침, 가래, 몸살, 미열감이 지속되면 흉부 엑스레이 검사나 경우에 따라 흉부 CT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기관지나 인후두부의 염증으로 잔기침이나 가래 증상이 남아 잘 낫지 않으면 폐섬유화의 유무도 함께 관찰해야 한다.

잘 낫지 않는 기침이나 가래의 경우 한방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삼소음이나 구미강활탕 등으로 기관지 및 호흡기에 대한 치료를 마무리하면 된다. 그리고 폐섬유화의 경우 필요에 따라 스테로이드가 투여될 수 있으며 한방으로 금수육군전이나 경옥고 등의 약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좋다.

강성주 원장은 “양방치료는 응급이나 급성기 증상치료에 강점이 있다. 폐렴 등의 합병증의 우려가 있을 때도 양방치료를 우선 받는 게 좋다. 약을 먹으면 그때 뿐이고 호전과 재발을 반복할 때는 한방치료가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소화기 증상, 짧게 항생제 쓰고 정장제 투여

코로나 치료과정에 항생제나 대증요법으로 처방하는 치료약이 소화불량이나 설사 혹은 과민성 장증후군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항생제는 장내 정상 세균총을 없애 설사나 무른 변이 계속 나오게 한다. 기관지 확장제나 소염제 등은 위산 과다를 일으키고 위와 장 점막에 자극을 주어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특히 한의학적으로 몸이 찬 소음인은 설사 위주의 증상이 나타나며 다른 분들은 설사나 변비가 교대하는 과민성 장증후군을 일으키기도 한다.

소화기 증상은 적절한 식이 요법이 중요하다. 하루 3끼 제때 식사를 하며 약간 적게 먹어서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 식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너무 많은 식이섬유를 섭취하면 장에 오랫동안 식이섬유가 머물러 식후에 더부룩하거나 장내 이상 발효를 일으킨다. 따라서 현미나 잡곡을 평소에 함께 먹는다면 잡곡의 비율을 줄이거나 흰쌀밥 위주의 식사가 추천된다. 또 익히지 않은 쌈, 야채, 샐러드보다는 익히거나 데친 나물이 더 좋다.

강성주 원장은 “가스가 많이 발생하면 단기간에 항생제를 투여하고 장내 가스를 제거하는 양약과 정장제(유산균)을 투여하면 도움이 된다. 장내의 유해균은 항생제로 제거하고 그 자리에 유익균인 정장제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의학적으로는 신곡, 맥아라는 한약재가 장에 유익한 정장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설사나 과민성 장증후군에는 곽향정기산이나 위령탕이 매우 효과적이며, 코로나 이후 입맛이 떨어지는 경우 향사육군자탕이 좋다.



■만성피로와 어지럼증

만성피로와 무기력이 나타날 경우 검사를 해보면 간기능 등에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 환자인 경우 당뇨약을 이전처럼 복용하면서 식사량이 줄어들면 저혈당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이 시기에는 식사량과 당뇨약과의 균형을 조절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고혈압 약제 중 이뇨제 성분이 있는 경우 저나트륨혈증으로 인해 입원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잔기침이나 가래 등을 오래하면 호흡의 보조근육인 늑간근이나 횡격막을 과도하게 사용하게 된다. 호흡 보조근육이 쉽게 피로해지면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게 된다.

만성피로나 무기력증이 심할 땐 공진단이 좋다. 특히 호흡기에 좋은 약제를 보강한 공진단을 꾸준히 투여하여 호흡근을 강화시켜 준다. 여기다 가정용 산소호흡기로 재택산소요법을 시도하면 빠른 일상생활 복귀에 도움이 된다.

어지러움이 일어나면 오심, 구토 등의 소화기 증상이 동반될 수 있어 매우 고통스럽다. 대개는 단순 어지러움이 많고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 등은 드물다. 이비인후과에 가도 검사상 특별한 이상징후를 찾지 못할 때가 많다.

이 때는 양방 치료로 정맥 순환이 잘되는 약제를 투약하면 좋다. 한방에서는 종아리 근육의 긴장을 해소하는 침으로 치료하며 청훈화담탕이 효과가 있다.

강성주 원장은 “이상 증상이 보름 이상 지속되면 적극 치료에 나서야 한다. 기침이나 가래 등 구체적인 증상이 확인될 때는 양방처방을 통해 대증치료를 하면 좋고, 검사를 해도 별 이상이 없다거나 무기력하고 허한 증상이 있을 때는 한방치료를 권할만 하다”고 말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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