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부산대병원, 췌장 이식 성공률 98%… 국내 ‘독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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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A 씨(36·여)는 5살 때 췌장 기능 문제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당뇨를 진단 받은 이후 30년 간 극심한 고통을 겪어 왔다. 지난해부터는 저혈당에 자주 빠지는 데다, 증세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혹시라도 자는 동안에 저혈당이 와 손도 쓰지 못하고 위중한 상황에 빠질까 봐 A 씨 어머니는 늘 노심초사했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췌장 이식 수술을 결심한 이들 모녀는 지난해 수소문 끝에 서울의 대형병원들을 마다하고 양산부산대병원을 찾았다. 췌장이식팀의 최병현 교수 집도로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은 A 씨는 당뇨로 고통 받아 온 지난 30년의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요즘 깊은 잠에 들 수 있게 됐다. 수술 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인슐린을 맞지 않으면서도 혈당은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다.

간·신장·폐·심장·췌장 5대 장기
비수도권서 이식 수술 가장 활발
수술 후 1년간 당뇨 완치율 95%
생후 3개월 영아 심장 이식도 성공

‘장기이식=서울’ 통념 깨진다

장기이식은 장기부전 환자에게 있어 최선의 치료법이다. 1980년대 ‘사이클로스포린’이라는 강력한 면역억제제가 개발되면서 장기이식 수술의 성공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졌지만 장기이식은 여전히 초고난도 수술로 꼽힌다. 단순히 수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식 받은 환자의 면역체계가 이식된 장기를 외부 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거부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에 철저한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 이는 곧 해당 병원의 의료 역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장기 이식을 받으려면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는 것이 통념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더 이상 장기이식은 수도권 대형병원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장기이식은 전 세계적으로 간, 신장, 폐, 심장, 췌장이 주로 이루어지는데, 비수도권 병원인 양산부산대병원이 이들 5대 장기이식 수술의 신흥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체 장기이식 수술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양산부산대병원에서는 136건의 장기이식수술을 진행해 2020년(123건)에 비해 수술 건수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2008년 문을 연 이 병원이 개원 초창기부터 장기이식 분야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투자를 펼쳐온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췌장 이식 기술 세계적으로 독보적

높아진 양산부산대병원의 장기이식 위상은 다학제적 진료 역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장기이식은 수술 과정에서 부서 간 긴밀한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폐이식은 장시간의 수술 및 마취 과정, 수술 전후의 중환자 치료, 재활 및 감염관리를 수반한다. 양산부산대병원 폐이식팀은 다학제적 접근과 개별 진료과와의 협력을 통해 수술 전후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한 결과, 최근 매년 30회 이상의 폐 이식 수술을 진행하면서 누적 150례를 성큼 넘어섰다.

우수한 이식 성적도 돋보인다. A 씨의 사례처럼 양산부산대병원의 췌장이식은 수술 성공률 98% 달성과 함께 수술 후 1년간 인슐린에 의존치 않는 당뇨 완치율이 95%를 넘어섰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췌장이식을 하는 의료기관을 통틀어서도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혈전을 최소화하는 독자적인 췌장이식 기법을 개발해 서울 지역 병원들도 벤치마킹하고 나섰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양산부산대병원은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15건의 췌장이식을 시행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최고 수준을 인정받았다.

특성화된 분야에서 축적된 이식 경험과 노하우도 강점이다. 올해 들어 100례를 달성한 심장이식의 경우 부울경에서는 유일하게 소아 심부전 환자의 심장이식을 시행하고 있으며, 초고난도 수술로 꼽히는 생후 3개월 영아의 심장이식에도 성공했다.

대표적인 장기 이식인 신장 이식의 경우도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신·췌장 동시이식, 어른의 신장을 아이에게 주는 신장이식, 소아간 신장이식, 소아 두 개의 신장을 한 어른에게 이식하는 신장이식 등 고난이도 신장이식 뿐 아니라 폐·신장 동시이식, 심장·신장 동시이식 등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특히 수술 후 합병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2020년 500례를 달성한 간이식팀은 생체기증자 간이식과 뇌사기증자 간이식이 5대5로 균형을 이뤄 어느 상황에서든 높은 숙련도를 발휘하고 있다.



진료 역량 동반 향상으로 선순환

수준 높은 기술과 축적된 경험을 가진 장기이식센터가 비수도권에 위치하는 것은 다양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장기이식은 특성상 긴급하고 위중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양산부산대병원이 국내 장기이식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면서 폐 이식환자만 하더러도 무거운 산소 장비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수도권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리스크를 떠안을 필요가 없어졌다. 또한 수도권 대형 병원의 낯선 환경과 체류 비용을 감안하면 지역 환자의 경제적·육체적·정신적 부담도 덜 수 있다.

높은 수준의 장기이식 수술은 진료 역량 향상에도 큰 기틀이 되고 있다. 장기이식을 현대 의학의 꽃이라고 부르는데, 장기이식을 시행하면서 발달된 진료 능력이 장기이식 이외의 분야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생체 간이식을 잘하면서 간암 수술 능력이 떨어질 수가 없으며, 폐이식을 잘하는데, 폐암 수술 성적이 나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공의 협의회에서 ‘가족을 모시고 싶은 병원’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양산부산대병원은 비수도권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5위를 차지했다.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췌장 이식을 집도하는 외과 최병현 교수는 “장기이식 수술을 잘하는 병원으로 자리 잡기까지 지방에서 수술을 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환자와 가족들이 적지 않았다”며 “수도권 이상의 수술 성적과 축적된 의료 역량, 경험 등 충분한 결과 데이터를 통해 얼마든지 이 같은 의문을 불식시킬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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