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좋은 정치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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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원 부산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년)는 좋은 정치의 기준으로 공익과 법치를 꼽았다. 사익이 아닌 공익, 권력자의 자의적인 지배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를 좋은 정치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거꾸로 보면, 나쁜 정치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공익이 아닌 특정인들의 사익이 판치고, 법치가 아니라 권력자들의 자의적인 지배가 춤을 추는 정치인 것이다. 기원전 서양 철학자의 이러한 주장은 현대의 관점에서도 유용하고 적합하다. 좋은 정치는 다름 아닌 공익과 법치가 바로 선 정치이다.

새 정부도 승자독식·끼리끼리 인사
문재인 정부 인사 실패 답습하는 꼴

공익과 법치로 사회 지도층 통제 필요
내로남불 사고 버리고 공동선 추구

검찰, 선택적 법적 정의서 벗어나야
극단적 단순 이분법 정치 탈피 시급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좋은 정치가 바로 선 나라인가? 우리 국민이 다 체감하고 있듯이, 대선 이후에도 한국 정치는 기대를 저버리고 계속 혼란에 빠져 있다. 거대 양당 간의 승자독식의 정치, 합의를 거부하는 배제의 정치, 갈등의 정치, 혐오의 정치, 그리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의 정치가 여야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존속하고 있다. 공동체의 공익과 법치를 추구하는 정치는 사익과 자의적인 지배를 추구하는 정치인과 사회 지도층을 강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공동체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계속 공익보다 사익이 앞서고 법치보다 자의적인 지배가 판치고 있다. 첫째, 여야가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정신으로 공익을 추구한다면, 내로남불은 있을 수 없다. 여야가 모두 대한민국 공동체의 공익을 추구한다면, ‘내가 해도 불륜이고 남이 해도 불륜’이라는 내불남불의 정신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여당과 야당은 대선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들의 사익을 우선시하는 내로남불 정치에 빠져 있다. 예컨대, 새 정부가 인수위를 꾸렸지만 승자독식과 끼리끼리 인사는 서오남(서울대, 오십 대, 남자)의 이름으로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비판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인사 실패다.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는 그러한 인사 실패를 또다시 답습하고 있다. 보은 측근 인사는 좋은 정치를 망치는 대표적인 사익 추구이자 내로남불 정치다.

둘째, 검찰은 검찰 개혁에 나섰던 조국 전 법무장관은 물론 그의 부인과 딸, 아들에 대한 먼지털기식 집중 별건 수사를 벌였고, 그 결과 조국 전 장관의 부인이 현재 실형을 살고 있고 딸은 대학과 의전원 입학이 취소되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아직도 조국 전 장관 본인과 아들의 송사가 남아 있다. 그런데 검찰은 윤석열 당선자 본인과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의혹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특히, 논문표절과 위조 학력, 경력, 수상 실적, 그리고 주가조작을 둘러싼 김건희 여사의 여러 의혹에 대해서 검찰은 형평성을 상실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 가족과 윤석열 당선인 가족에 대한 수사에 있어서 검찰은 공평한 법적 정의가 아니라 선택적 법적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의 이러한 선택적 법적 정의는 검찰이 대한민국 공동체의 공익보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 유지라는 검찰 조직의 사익을 우선시한 결과다.

게다가 법을 정의롭고 평등하게 적용하는 것이 주권자 국민이 바라는 검찰 본연의 자세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법 앞 평등이다. 법은 주권자 국민 모두가 함께 합의해서 만드는 것이어야 하고, 모든 국민은 그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한다. 그런데 검찰이 선택적이고 자의적이고 독점적으로 법적 권력을 행사하고, 법적 기득권이나 특권을 통해 법적 불평등을 행사한다면 그건 법치주의와 민주 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을 의미한다. 그런 공동체에서 법적 질서와 정치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셋째, 국민도 이제는 내로남불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편이 하면 다 좋고 상대편이 하면 무조건 나쁘다는 극단적인 단순 이분법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런 국민 사이에서 가짜뉴스와 혐오는 독버섯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키운다. 그런데 국민이 이데올로기나 헤게모니, 진영논리에 기초한 확증편향에 빠져 가짜뉴스와 혐오에만 취해 있다면, 이것 역시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무조건 반대편을 이기고 말겠다는 대표적인 사익의 표현일 뿐이다. 국민이 대한민국 공동체의 결속과 공동 번영이라는 공익을 추구한다면 거짓이 난무하는 가짜뉴스와 서로 죽일 듯한 혐오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다. 지금처럼 국민이 공익이 아닌 사익에 빠져 있다면, 이건 깨어 있는 시민이 아니라 우민과 폭민과 중우에 가깝다. 그리고 이런 혼탁한 시민들의 민주주의는 좋은 민주주의가 될 수 없다.

내로남불에 빠진 국민으로는 좋은 정치와 좋은 공동체를 건설하기 어렵다. 한국 정치가 좋은 정치가 되려면, 여야 정치권과 검찰, 그리고 국민 모두가 무엇보다도 먼저 내로남불 정신을 버리고 공익과 법치주의를 제대로 추구하고 실현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공동체가 살고,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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