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국 집어삼킨 검수완박, 국민 뜻부터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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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문제로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집권 여당과 행정부의 일원인 검찰이 대체 누구를 위해 지금 이러는가. 12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 강행처리 여부를 최종 논의하기로 되어 있지만 지도부는 이미 결단을 예고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개혁 문제는 선거의 유불리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입법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처리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알려졌다. 강경파에 눌려 합리적인 온건파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 민주당의 현주소다.

민주당·검찰 정면충돌할 때인가
민심 외면한 개혁은 성공 못 해

검찰은 검찰대로 민주당의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집단행동이라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국 지검장들은 11일 대검 청사에 모여 검찰 수사권 폐지는 형사 사법체계의 대혼란을 가져와 국민 피해만 가중된다며 반대 의견을 집중 개진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총장직을 걸고 검수완박 법안을 저지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지검장 회의를 내부망에 생중계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며칠째 조직적인 움직임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이 실력행사이자 정치 행위를 하는 모습은 매우 우려스럽다. 검찰개혁 논의가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왜 스스로 되돌아보지 않는가. 검찰이 이러니 외부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검수완박이 그렇게 시급한 과제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다. 힘들게 얻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출범으로 형사사법 체계를 변경 시행한 지 이제 불과 1년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다. 바뀐 형사 사법제도가 안착하기도 전에 검찰 수사기능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중요한 제도 변화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빼앗아 어디에 줄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 섣부른 법안 개정은 자칫 중대 범죄 대응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검수완박이 수사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오히려 해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은 달라진 형사사법절차를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때다.

양당 진영 대결이 극심한 상태에서의 검수완박은 의도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만 증폭시킬 뿐이다. 정권이 바뀌면 검찰에 수사를 당하는 입장이 될 것을 우려해 수사권을 미리 빼앗으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비대위원인 이소영 의원은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우리의 검찰개혁은 점점 공감을 잃었다. 방향과 과정, 태도가 올바르지 않았던 개혁 추진이 이렇게 참담하고 뼈아픈 결과를 냈다는 점에 대해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심을 외면한 개혁이 성공할 수는 없다. 검찰개혁도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민주당 독주의 검수완박보다는 어려워도 여야협치로 이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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