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선 ‘특목고·자사고 폐지’ 정책, 백지화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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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교육정책 향방은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조직개편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고 1차 내각을 발표하면서 신임 교육부 장관과 교육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교육계에선 큰 변화없이 과거 보수정권처럼 ‘자율성’과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일부 정책이 개편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고교학점제’ 되돌리기 쉽지 않아
‘정시 확대’ 서울 주요 대학 위주

■특목고·자사고 존치 ‘무게’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가 예상되는 교육정책 중 하나는 특목고·자사고 폐지 문제다. 현 정부는 고교서열화를 막는다는 취지로 전국의 모든 외고·자사고·국제고를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몰제는 초·중등교육법의 ‘시행령’에 근거하기 때문에 윤석열 당선인의 뜻에 따라 취임 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윤 당선인은 특목고 관련 공약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선거 기간 인터뷰 등을 통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위해 고등학교가 다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후보 시절 특목고·자사고 폐지 전면 백지화를 공약했기 때문에 존치 쪽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가 변수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이수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인 ‘고교학점제’는 일반고와 특목고 간 격차가 있을 경우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폐지된 전국 학력평가는 부활이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줄 세우기 차원이 아니라 학업 성취도와 격차를 파악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전수 학력 검증 조사를 실시하겠다”며 교육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고교학점제’ 흐름은 그대로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에게 진로·적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한다는 기본 방향에 따라 계속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교총 등 보수교육계에선 현장 준비 부족을 이유로 ‘시행 유예’를 주장하고 있지만, 기본 취지에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정치권·교육계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고교학점제를 폐기하려면 시행령이 아닌 초·중등교육법 개정이 필요해,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국회의 문턱을 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능을 비롯한 대입 제도는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세대(현재 중1)가 대학에 가는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대입 개편안은 2024년 확정된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행계획에 따라 내년 고1부터 점진적으로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경우, 첫 세대가 수능을 치는 2026학년도부터 엇박자가 발생하는 점이 문제다. 당초 2021년까지 마련하기로 한 대입 개편안이 3년 연기되면서 예고된 일이다. 이 때문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고교학점제 연착륙을 위해 2026~2027학년도 대입(수시)의 수능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부산시교육청 권혁제 중등교육과장은 “대입제도 개편은 연구와 공청회 등을 거쳐 시행 4년 전에 사전예고를 해야 하는데 2026학년도 수능부터 바꾸기엔 이미 늦었다”며 “현행 수능과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교학점제의 점진적 시행을 다소 늦출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대입 개편과 맞물린 ‘정시 확대’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 기조 역시 고교학점제를 고려할 때 강력하게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생 적성에 맞게 다양한 과목을 수강해 절대평가를 하는 고교학점제와 동일한 과목을 상대평가하는 수능은 상호 모순된 제도다. 만약 고교학점제를 반영해 기존 객관식·단답식 수능시험이 서술형으로 바뀐다면, 정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시 확대 주장은 정유라 씨 체육 특기자 입학 논란부터 시작해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사건, 조민 씨 부정입학 논란 등을 거치며 힘을 얻었다. ‘점수로 줄을 세우는 정시가 깜깜이 수시보다 공정하다’는 여론이 일자, 교육부는 ‘30~40% 이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 확대를 유도했다.

수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2002학년도 71.2% 수준이던 정시는 이후 계속 비중이 줄어 5년 뒤엔 수시(51.5%)에 역전당했다. 2020학년도 22.7%까지 꾸준히 감소한 정시는, 이후 비중 확대 기조 속에 2022학년도 24.3%로 다소 늘었다. 내년도엔 다시 22.0%로 줄지만 ‘수도권대학은 정시 확대, 지역대학은 수시 확대’로 양극화하는 양상이다. 윤 당선인은 정시 확대를 공약하면서도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대학 등은 예외로 둬, 지금처럼 서울 주요대학 위주로 정시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3학년도 부산지역 4년제 15개 대학의 수시모집 비중은 올해보다 3.8%포인트 증가한 87.2%로, 부산대만 정시 인원을 146명 늘렸을 뿐 나머지 대학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줄였다.



■교육도 ‘지역균형’…지역 권한 강화

오는 7월 국가교육위원회 출범과 맞물려 지역대학을 비롯한 지역 교육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국가교육위가 수립할 향후 10년간 국가교육발전계획과 함께,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역할 설정도 중요한 이슈다. 이와 관련 지난달 말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가 주관한 포럼에 참석한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은 “국가교육위원회·교육부·교육청 간 거버넌스는 여러 부처가 걸려 있는 문제다”면서도 “교육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지방정부와 지방청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시도교육청 권한 강화 기조 속에 새 정부가 지역거점대학을 육성하는 정책을 펼칠지도 관심사다. 대선 기간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요약되는 거점국립대 집중 육성 방안을 제안해 교육계 화두로 떠올랐다.

이밖에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기존 30%에 비수도권 20%를 더한 50%로 확대하는 법안이 여야 발의로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통과될 경우 지역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대학을 되살리는 반등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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