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만 나이
‘한국인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매년 1월 1일이면 온 국민이 한 사람도 예외 없이 한 살씩 나이를 더 먹는다.’ 어떤 외국인이 이를 두고 한국인은 모두 생일이 같은 날이냐고 물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국만의 독특한 ‘세는 나이’ 방식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한국에는 나이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세 가지가 오랫동안 병행돼 왔다. 출생할 때 바로 한 살이 되고 이후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느는 ‘세는 나이’와 태어난 날로부터 1년이 지날 때마다 연령을 더하는 ‘만 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연 나이’가 있다. 일상적으로는 세는 나이가 널리 사용되는데, 때에 따라선 만 나이가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이 제각각이다 보니, 국민들의 행정서비스 이용이나 외국과의 교류 등에서 혼선이 많았다. 새해 때마다 이를 하나로 표준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이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논쟁에 드디어 종지부가 찍힐 모양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법 개정안을 연내에 마련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나이가 1~2살 낮아져 많은 국민이 그만큼 ‘젊어지는(?)’ 심리적 효과도 볼 수 있지 싶다.
특히 나이에 민감한 한국인에게 만 나이로의 표준화는 괜한 시빗거리를 없앨 수도 있겠다. 한국인은 사람을 만나면 먼저 나이부터 묻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선 서열 문화 폐해의 사례로 들기도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 본다면 나이를 통해 추측할 수 있는 정보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우선은 상대의 나이를 알아야 자신이 취해야 할 말투나 행동, 태도의 적정선을 유추할 수 있다. 상대의 나이가 적다면 연장자를 핑계로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 그에 맞는 적절한 예의를 갖추기 위함이다. 게다가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연령에 따라 큰 사건이나 이슈, 유행 등 공유하는 정보의 비율이 매우 높다. 나이를 기준으로 쉽게 또래와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다.
아무튼 나이에 따른 생활상의 혼선에다 국가 행정서비스 기준도 제각각이었던 만큼 만 나이로의 표준화에 대해 국민들도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가 우세한 듯하다. 나이 방식 표준화로 덤으로 얻게 될 1~2년이 모두에게 더없는 기회의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