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성폭력도 모자라 조직적 약탈까지… 러군 ‘막가파’ 만행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민간인 대학살과 성폭력 등 각종 만행을 저지른 러시아군이 퇴각할 때는 가전제품, 가구는 물론 속옷까지 약탈해간 것으로 드러나 또 한번 세계를 경악게 하고 있다. 훔친 물건들은 벨라루스 국경에서 러시아로 택배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조직적으로 약탈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교 부교장인 나탈리아 삼손은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키이우 인근의 마을로 한 달 만에 돌아가 보니 집에선 향수, 포도주, 동전 수집품까지 사라졌고 학교에선 컴퓨터와 전자기기들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손에 잡히는 대로 트럭에 실었다고 한다”면서 “다른 마을 사람들은 세탁기, 음식, 노트북, 심지어 소파까지 잃어버렸다고 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키이우 외곽 이르핀에 사는 한 가족은 러시아군이 자신들의 집에 살면서 난장판을 만들어놨고 셔츠, 재킷, 드레스에 속옷까지 가져갔다고 말했다.
가디언 “손에 잡히는 대로 약탈”
컴퓨터·소파·향수에 속옷까지
약탈 물품은 택배로 가족에 보내
가디언은 이 같은 약탈이 개인의 일탈 수준이 아니라 체계적인 범행임을 시사하는 증거를 여러 곳에서 모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선 약탈한 물품을 택배로 러시아 곳곳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 벨라루스의 탐사 보도 프로젝트인 하준이 확보한 지난 2일자 영상을 보면, 벨라루스 국경 마을에서 러시아 남부 루브초프스크로만 3000kg 상당의 화물이 보내졌다. 루브초프스크는 4개의 교도소 시설이 있는 가난한 도시다. 하루에 440kg(17개 짐)를 보낸 군인도 있었다.
노바야 가제타의 칼럼니스트인 러시아 정치학자 블라디미르 파스투호프는 “소련과 나치 군대에서도 약탈이 일어났지만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러시아 군대에서 그것은 군인들의 추가적인 동기 부여책의 한 형태”라고 봤다.
러시아 사회학자 알렉산드라 아르히포바는 러시아군 약탈은 군인들의 빈곤과 물자 부족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많은 러시아 군인들이 이 전쟁이 절대적으로 쓸모없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른다”고 설명했다. 터무니없는 전쟁에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와있는 만큼, ‘우리 아이가 컴퓨터가 필요하니까 이 컴퓨터를 가져가자’라고 생각하면 무의미한 상황이 덜 부조리하고 실용적이라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공개한 전화통화 도청 내용을 보면 러시아 군인들은 부인들과 어떤 물건을 훔칠지 상의까지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러시아군이 약탈에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 국기를 찢거나 신성하게 여겨지는 물건을 모독하는 등 문화를 지워버리려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