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구핵폐기장 추진, 인수위서 공약 깔아뭉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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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2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실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고, 민생 압박 요인도 갈수록 심해진다”면서 사실상 전면 폐기와 에너지 정책 대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에너지 정책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 후보자 역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탈원전 백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설계 수명이 다하는 고리원전 2·3호기 계속 운전 방침을 확정하고, 사전 준비에 돌입하려는 모양새다. 윤석열 새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당초 2030년까지 멈추게 되는 원전 10기도 가동을 연장하게 될 전망이다.

‘탈원전 정책 전면 폐기’ 사실상 선언
새 정부 입장과 로드맵 명확히 제시해야

하지만, 인수위는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전 가동에만 속도를 낼 뿐,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출범 한 달이 넘도록 논의조차 않고 있다. 인수위 측은 “탈원전(정책)이 폐기되고 원자력 발전이 늘어나게 된다는 전제 아래 고준위 방폐물 처리 특별법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 표명을 제외하고는 “현재 유사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인수위에서 특별법 제정까지 논의가 진전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인수위가 원전 재가동에 따라 급증하게 될 고준위 폐기물 처리의 심각성에 대해 가늠조차 못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로 인해 국내 최대 원전 밀집지인 부산·울산·경남에서는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일의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인수위가 윤석열 당선인 공약인 ‘영구 핵폐기물 폐기장 확보 조속 추진’을 정부 출범도 전에 깔아뭉개는 셈이다. 영구 핵폐기장 시설은 원전 재가동 및 연장을 위해서라도 필수 조건이다. 핵발전소 인근에 임시로 설치된 핵폐기물 저장 시설은 이미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고리 1호기는 이미 저장 용량이 꽉 찼고, 2·3·4호기 용량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향후 10년 안에 원전 외 지역에 핵폐기물 저장 시설을 짓지 않는다면 부울경 등 원전 밀집 지역은 영구 핵폐기물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자칫,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 설치’를 명문화한 민주당의 고준위 폐기물 특별법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인수위는 전기 요금 안정을 위한 노후 원전 운전 연장을 주장하기에 앞서, 핵폐기장 해결 방안과 로드맵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안 한 것”이라면서 전 정권의 정책 실패 뒤에 숨어 면피할 일이 아니다. 이런 선결 조건의 해결 없는 ‘탈탈원전, 탄소중립전략‘은 허망한 백일몽에 불과하다. 법안 마련부터 계획, 용지 선정 등 단계마다 큰 저항이 예상되지만, 국가를 책임진 정권이라면 처음부터 의지를 보여야 한다. 어렵다고 회피할 일이 아니다. 핵폐기물 영구 처리 방안에 대한 인수위의 명확한 입장과 로드맵을 밝힐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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