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나이 사라진다” vs “지금처럼 써도 불편없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이 계산법 통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나이 계산법 통일을 추진하면서 ‘한국식 나이’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현재 여러 기준이 혼용되는 계산법이 통일되면 상황에 따라 두 살까지 차이가 나는 ’고무줄 나이‘가 사라진다며 반기는 목소리가 많다. 반면 지금까지 두루 쓰인 방식을 바꾸면 혼란만 가중된다는 반응도 있다.
인수위 정부사법행정분과 이용호 간사는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우리 사회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 기준으로 통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이 통일되지 않아 사회복지 등 행정 서비스를 받거나 각종 계약을 체결하거나 해석할 때 혼선과 분쟁이 지속됐다”며 “이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만 나이 통일’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다.
“법적·사회적 나이 해석 혼선”
인수위 ‘만 나이’로 통일 추진
국민 71% “한국식 나이 폐지”
“고유 가치도 인정해야” 의견도
만 나이는 ‘연령 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는 민법 규정에 따라 이미 국내에서 각종 행정, 계약 등에 쓰이고 있는 공식 나이다. 만 나이 계산법에 따르면 0살로 태어나 생일이 지날 때마다 1살씩 추가된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값이다. 청소년보호법, 병역법, 민방위기본법 등에 적용돼 청소년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과 병역 의무 이행 시기 등을 정할 때 기준이 된다. 세는 나이, 일명 한국식 나이는 일상적 영역에서 흔히 쓰는 계산법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1살로 시작해 해가 바뀔 때마다 1살씩 나이를 먹는다.
여론은 만 나이로 통일되기를 바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를 공식적인 계산·표시 방식으로 사용하는 데 찬성했다.
앞서 2016년 2월 리얼미터가 국민 529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는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4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5년 새 만 나이로 나이 셈법을 통일하자는 쪽으로 여론이 이동한 것이다.
상당수 시민들은 그동안 여러 나이를 혼용하면서 생겼던 혼란이 해소될 수 있을 거라며 계산법 통일을 반긴다. 김 모(50) 씨는 “사람을 만났을 때와 관공서나 병원에서 알려줘야 하는 나이가 달라 나조차도 헷갈리는데 홍보만 잘 된다면 만 나이 통일이 곧 일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금처럼 다양한 나이 계산법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면 불편하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이 모(65) 씨는 “왜 굳이 지금까지 잘 써 온 나이 계산법을 바꾸려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일상 영역까지 너무 국가가 간섭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나이 계산법 통일이 제도화되더라도 일상에서 ‘한국식 나이’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이은정 교수는 “자라나는 세대는 한국의 전통적 문법에 덜 익숙하다 보니 만 나이를 기성 세대보다 쉽게 받아들인다”며 “아직도 구정과 신정을 함께 챙기는 것처럼 만 나이와 한국식 나이도 한동안 함께 쓰일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식 나이가 갖는 고유한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동대 민속학과 배영동 교수는 “한국식 나이에는 어머니 뱃속에 잉태된 태아도 한 인간으로서 인정한다는 생명관이 반영되어 있어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손혜림·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