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사무 이대로는 못 한다” 공무원노조, 선관위와 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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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노조가 선거관리위원회와 대립하며 투표 사무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선관위는 근무 사례금 인상 등 개선 방안을 제시했지만 지난 ‘3·9 대선’ 사전투표 때 ‘악몽’을 경험한 공무원들은 투표 업무라면 손사래부터 치는 상황이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는 최근 중앙선관위와 선거 사무 개선 협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투표관리관 명단을 선관위에 제출하지 말아 달라고 각 구·군청에 의사를 전달했다고 12일 밝혔다. 투표관리관은 각 투표소 책임자를 말한다. 일부 구·군청은 투표관리관을 모집하고 있지만 명단은 노조와 선관위의 협의가 마무리된 시점에 제출할 계획이다.

수당 상향·국가직 비율 확대 등
전공노 부산본부, 선관위에 요구
“합의 전엔 투표관리관 명단 못 내”
6월 지방선거 준비에 차질 우려

투표관리관 명단 제출이 늦어지면 오는 6월 지방선거 준비에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무원노조가 ‘압박 카드’를 꺼낸 셈이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르면 선관위는 선거 60일 전부터 10일 후까지 투표관리관을 위촉할 수 있다.

지방직 공무원들이 선거 때마다 강도 높은 업무를 떠맡지만 노동 대가가 현저히 낮다는 볼멘소리는 선거철마다 나왔다. 특히 국가직 공무원은 업무에서 배제돼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 대선 사전투표 때 선관위의 부실한 준비로 투표사무에 동원됐던 지방직 공무원들이 홍역을 치른 터라 이들의 부담은 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지방선거는 투표지만 7장에 달해 혼란도 7배로 늘 수밖에 없다는 게 공무원들의 주장이다.

해운대구청 소속 한 공무원은 “현장에서 민원을 직접 받아야 해 부담스럽고, 수당이 올라가더라도 그다지 위안이 되지 않는다”며 “특히 이번엔 시장, 시의원, 구의원, 교육감 등 여러 명을 뽑는 선거여서 투표지 수도 7장이나 돼 더 혼란스럽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이 같은 우려에 선관위는 해법을 찾고 있다. 공무원노조와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일 선거업무 인력에 구·군청을 제외한 타 기관 공무원과 민간인 비율을 70%까지 늘리는 등의 방안을 협의했다.

선거 사무 수당 상향은 13일 노조가 중앙선관위와 만나 확정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투표사무원 시간당 수당을 1만 원 이상 지급하고, 교육수당과 위험수당을 별도로 지급하라고 제안했다.

선관위는 일단 제20대 대선 때 지급한 코로나 특별한시사례금 15만 원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방역체계가 전환돼 특별한시사례금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본래의 사례금(투표관리관 10만 원, 투표사무원 4만 원)에 6만 원을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투표관리관은 수당 6만 원에 사례금 10만 원을, 투표사무원은 수당 6만 원에 사례금 4만 원을 받았다.

투표 수당 상향, 국가직 인력 비율 확대 등 조치에도 공무원들은 난색을 보인다. 국가기관인 선관위 업무를 지방직 공무원이 수행하는 데 ‘내 일이 아니다’는 인식이 늘어난 점도 한몫한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추승진 정책부장은 “법원에서 투개표 사무가 지방직 공무원 업무 범위를 벗어난다는 판결이 있었다”며 “정당한 대가 문제 뿐만 아니라 해당 업무를 ‘우리가 왜 해야 하느냐’는 인식이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중앙선관위와 공무원노조가 진행 중인 협의가 잘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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