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창작부터 소비까지… 부산 공공주도 예술프로젝트 ‘시동’
부산시 문화기관 확대회의
부산 지역 예술대학이 폐과하고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부산시가 공공주도 예술프로젝트 추진에 나선다. 문화콘텐츠 창작·제작·유통·소비 등 전 과정에서 공공분야가 마중물을 부어 지역 예술인들이 자생력을 기를 수 있게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12일 중구 ‘한성1918’ 청자홀에서 8개 문화기관 대표가 참여하는 확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시는 ‘공공주도 예술프로젝트와 문화시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12일 ‘한성 1918’서 활성화 논의
오페라 등 공연예술 아카데미 개설
공공시설 중심 작품제작 체계 구축
내년엔 문화예산 사전확보 추진도
■예술 전문 인력 양성
무대예술·공연기획·예술경영 등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기관별로 공연예술 아카데미를 열고, 오는 2024년부터는 통합 아카데미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발판으로 오는 2026년 이후에는 가칭 ‘부산공연예술전문학교’ 설립도 추진한다.
예를 들어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에 앞서 오는 2024년까지 60명 규모의 오페라 아카데미를 열고, 오페라위크 행사와 연계한 공연 등을 추진한다. 이어 2025년 이후에는 10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부산문화회관·오페라하우스 등 문화시설 내에 분야별 공연예술 아카데미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공공 프로덕션 체계 구축
공공시설 중심의 작품제작 체계도 구축한다. 공공기관이 작품 공모를 통해 직접 제작에 나섬으로써 청년, 신진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 작품제작을 위한 신규 예산 5억 원을 반영하고, 2024년에는 8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대관 중심의 공공극장 운영은 제작극장 중심으로 전환한다. 특히 오는 2024년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2025년 부산국제아트센터 개관 이후 기존 공공극장은 특성화 제작극장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산문화회관은 시립예술단과 국악, 전통무용 중심으로 특성화하고, 시민회관은 연극과 소극장 중심의 제작극장으로 운영한다. 이를 통해 고유한 레퍼토리를 보유한 유럽식 전문 공공극장 체계를 만들고, 다양한 예술인 일자리 창출로 지속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게 부산시의 계획이다.
■공연마켓·지산학 협력
올 6월부터 10월까지 부산진구와 해운대구, 금정구, 수영구 일대에서 ‘2022년 부산형 거리예술축제’도 연다. 축제와 연계한 공연마켓을 도입해 문화예술시장 활성화, 시민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도모하기로 했다.
예술 관련 학과가 폐지되는 대학의 위기가 인재 유출과 문화산업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지산학 협력도 강화한다. 김기환 부산시 문화체육국장은 “현재 대학별로 열리는 졸업작품전 형태가 아니라 5개 예술대학이 연합한 작품 전시회 ‘디그리쇼’를 오는 11월 F1963에서 개최할 예정이다”며 “창의적 작품을 전시하고 우수 작품의 경우 아트페어 출품이라는 산업 연계까지 이끌어내겠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산 실링제 도입
부산시는 특히 문화예술 관련 예산 확대를 위해 내년부터 ‘문화예산 실링제(예산 사전확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공약한 오는 2030년 기준 ‘문화예산 3%’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0.1%포인트씩 예산 비율을 늘려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내년 기준 전체 예산의 2.3%를 문화예산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를 금액으로 추산하면 약 3300억~3400억 원 규모다. 김기환 국장은 “사업별로 예산을 편성해 따내는 방식이 아니라 내년 문화예술 예산 목표 총액을 사전 배분 받은 뒤 개별 사업에 편성하는 방식의 실링제를 도입하겠다”며 “부산오페라하우스와 국제아트센터 건설 등으로 하드웨어 예산 비중이 높은 만큼, 소프트웨어 중심의 예산이 최소 65~70%를 차지할 수 있도록 우선 배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최고가 입찰 문제 지적도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진해 영화의전당 대표는 “전당 9층에 조성을 추진 중인 300평 어린이복합문화공간 예산이 10억 원인데, 시청에 조성될 공간의 경우 100평에 20억 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안다”며 “주말에 영화의전당을 찾는 어린이들이 많은 만큼, 예산 부분에 대해 신경을 써 달라”고 요청했다.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은 “내년 미술관 리노베이션 추진 때 1층을 대대적으로 시민에게 오픈하려고 한다”며 “미술관 공간의 경우 카페와 아트숍도 중요한 부분인데, 최고가 입찰제 탓에 제대로 된 운영업체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