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색에 담긴 ‘시적 풍경’… 부산서 처음 만나는 ‘우고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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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색으로 작은 캔버스에 그려낸 풍경. 스위스 출신 작가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을 부산에서 만난다.

국제갤러리는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넌스 앤드 몽크스 바이 더 씨(nuns and monks by the sea)’를 부산점(수영구 망미동)과 서울점(종로구 소격동)에서 동시에 개최한다. 부산에서는 첫 번째, 서울에서는 세 번째로 열리는 개인전이다. 전시는 5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우고 론디노네는 조각, 회화, 드로잉, 장소 특정적 설치작업을 한다. 그는 특유의 시적 감각으로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표현하며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작가는 2013년 뉴욕 록펠러센터 광장에 거대한 청석 조각을 설치해 주목을 받았다. 2016년 네바다주 사막에 대규모 공공미술 작품 ‘세븐 매직 마운틴스’를 전시했다. 방탄소년단 RM은 라스베이거스 콘서트를 앞두고 이 작품을 관람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했다.

장소 특정적 설치작업 이름 알린
현대미술 주요작가 우고 론디노네
부산엔 ‘매티턱’ 서울엔 청동조각
국제갤러리 5월 15일까지 개인전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는 ‘매티턱(mattituck)’ 시리즈를 선보이고, 서울점 K3 공간에서는 대규모 청동 조각 연작 ‘넌스 앤드 몽크스’를 전시한다.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우고 론디노네가 자주 취하는 전시 방법이다. 작가는 2020년에는 베를린·취리히·로마에서, 2021년에는 뉴욕·런던에서 동시다발로 전시를 가진 바 있다.

부산점에서는 수채화 작업 매티턱 시리즈 17점이 공개된다. 뉴욕 롱아일랜드 매티턱에 있는 작가의 집에서 본 노을을 묘사한 작품이다. 일출 또는 일몰 시간대의 바다, 하늘, 태양이 다양한 색으로 표현된다. 각 작품에 사용되는 색은 세 가지로, 색 활용 범위를 보색으로 좁혔다. 드물게 비슷한 계열의 색을 ‘톤 앤드 톤’으로 사용한 경우도 있다. 같은 바다가 붉거나 푸르게 표현되고 초록이 되거나 노랑이 되는 것에서 ‘작가가 살아있는 우주를 마주한 순간의 감정’을 관람객도 같이 느낄 수 있다.

매티턱 시리즈는 ‘cloud’ ‘sun’ 연작과 같이 작품이 완성된 날짜·연도를 일기처럼 써놓은 것이 제목이 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요청에 따라 부산과 서울 모두 전시장 유리문에 자외선 차단 필터를 붙였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전시장 안의 풍경이 일관성을 가지도록 한 의도”라고 전했다.

서울점에는 ‘넌스 앤드 몽크스’ 조각 다섯 점이 선보인다. 하나의 거대한 돌 위에 다른 색상의 작은 머리를 올려 의인화한 조각들은 성인(聖人)을 보는 것 같은 신비로움과 엄숙함을 불러일으킨다. 돌의 형상이지만 작은 석회암 모형을 스캔하고 확대해서 청동 주물로 다시 만든 것이다. 서울점 전시 공간 전체에 시멘트를 발라 돌에 내재한 변신의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서울 전시에 소개되는 ‘넌스 앤드 몽크스’ 시리즈는 부산에서는 못 본다. 아쉬운대로 국제갤러리 부산점이 있는 F1963 대나무숲 소리길 입구에 놓인 ‘순종자(the dutiful)’를 통해 우고 론디노네의 청석 조각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051-758-2239.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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