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 다이어트’와 ‘지방 살찌우기’ 윈윈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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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한 경성대 경제금융물류학부 교수

지난해 연말 차일피일 미루어왔던 ‘종합 건강검진’을 받았다. 누구나 50대 후반에 접어들면 한두 가지 건강 적신호를 경험한다. 검사 당일 내시경 검사 등을 무사히 통과하면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2주 뒤 우편으로 받아보는 ‘종합검진결과표’는 수능 성적표보다 더 두렵다. 해마다 ‘종합소견’란에 쓰인 경고성 문구가 늘어나고 있다. 기어이 올해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대사증후군 주의 단계’라는 경고장까지 받았다.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이 정답임을 알고 있으나 실천이 어렵다.

오늘도 단조로운 계단 오르기 운동을 하다가 문득 우리나라 서울과 지방의 건강 상태를 인체로 비유하면 어느 단계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수도권의 면적은 남한의 12%에 불과한데 인구는 과반을 넘겼으니 분명 과체중 복부비만이고,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인 인구팽창은 만성 고혈압에 비유할만하다. 돈과 정보와 교통인프라가 넘쳐나서 부동산 가격 폭등과 교통체증이 심각한 서울은 당뇨병과 동맥경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대사증후군 합병증을 의심케 한다. 이에 반해 지방은 2021년 현재 지방소멸 고위험지역이 110개 시군구를 넘기면서 돈과 정보와 인재 가뭄에 목말라 있어서 만성적 빈혈이나 영양실조 환자를 연상케 한다. 이처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도권의 ‘대사증후군’과 지방의 ‘영양실조’를 동시에 치유하려면 ‘서울 다이어트’와 ‘지방 살찌우기’ 윈윈전략이 절실하다.

서울의 대사증후군과 지방의 영양실조 치유를 위해 공통으로 필요한 사항은 개인 건강과 마찬가지로 ‘균형 잡힌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 습관을 함께 배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에서는 남아도는 돈과 정보와 인재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반복되는 단기간의 금식을 통한 다이어트나 과도한 폭식을 통한 살찌우기는 결국 요요현상만 낳을 뿐 서울과 지방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

서울 다이어트와 지방 살찌우기가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가능하다. 첫째, 서울의 다이어트가 지방의 살찌우기로 연결되는 ‘통로’를 마련하는 전략이다. 그 핵심은 권역별로 지역특화산업 및 거점도시와 연계된 공공기관 2차 이전 ‘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고 차근차근 시행하는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수십 년간 정권과 무관하게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흔들림 없이 지속해서 추진해 왔다. 우리나라에서 공공기관 1차 이전은 절반의 성공과 함께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단적으로 절반의 성공은 정부 과천청사가 세종으로 옮긴 후에 과천시민의 우려와 달리 과천이 더 발전한 사례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절반의 실패는 1차와 2차 이전의 단절과 지역거점도시와의 연계 미흡을 들 수 있다.

둘째, 서울 다이어트와 지방 살찌우기의 핵심인 인적자원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다. 즉, 서울에 넘쳐나는 인재를 지방으로 분산하고, 지방에 좋은 일자리 창출 기반을 조성함으로써 서울과 지방 간 인재 균형을 맞추려는 지속적인 국가인재분산정책 추진이 절실하다. 이제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소멸 해법의 실마리는 국가의 인재분산정책과 지방의 좋은 일터 조성정책의 결합에서 찾아야 한다. 셋째, 서울 다이어트와 지방 살찌우기 효과가 ‘환류’하는 전략이다. 즉, 서울의 다이어트 효과가 요요현상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방 역시 권역별로 ‘지역산업특화 R&D 생태계’ 구축을 통한 지방 자체의 구심력 확보가 긴요하다.

결국 서울이나 수도권에 대한 무조건적 규제나 지방에 대한 일방적 시혜 정책으로는 중앙과 지방 간 갈등만 조장할 뿐 지역균형발전은 더욱 요원해진다. 오히려 서울 다이어트와 지방 살찌우기 ‘윈윈전략’을 통해서만 ‘대사증후군’과 ‘영양실조’에 걸려있는 대한민국을 동시에 치유할 수 있다. 그 치유의 첫 단추는 새 정부에서 서울과 지방은 하나라는 공생공사 연대 의식과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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