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62. 무한한 상상력의 대상, 성백주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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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원로작가 중 한 사람인 성백주(1927~)는 부산화단에 본격적인 추상회화를 들여온 작가이자 ‘장미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작가는 1955년 열린 ‘민주신보 창간 10주년 기념초대전’을 시작으로 수많은 초대전과 개인전을 가졌다.

1960년 이전부터 추상작업을 해 온 작가는 추상과 풍경화 등의 작품에서 서정적 추상으로 ‘내면에서 솟아나온 조형적 감흥’을 용암의 표면과 같은 형태로 자유로이 표현하고자 했다. 작가는 1980년대를 기점으로 화병에 꽃꽂이 된 장미를 주로 그렸다. 장미와 여성 누드, 야외의 흐드러진 장미를 그리는 등 40년 넘게 장미를 집중적으로 그려오고 있다.

성백주 작가의 장미는 대부분 자유분방한 붓터치와 수려한 색채가 화면 전체를 관통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각양각색 장미의 다채로움을 인상적으로 전달한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아주 오랫동안 장미만 고집해 온 이유에 대해 “장미는 형태와 색깔이 참 자유로운 꽃이며 화면에서 조형적으로 창조하기에 더 없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장미 작품은 머릿속의 이미지를 조형화한 것으로 회화의 조형도 하나의 함축된 언어”라고도 했다.

장미는 서구 문명이 시작된 이후 꽃을 대표하는 것으로, 고대 서양미술에서부터 미(美), 사랑, 기쁨과 청춘, 순결, 환희, 쾌락, 현세의 허무함 등 장미와 얽힌 수많은 설화와 상징을 담고 있다. 작가는 고정된 진리이자 대상으로서 장미의 이미지를 전달하기보다 작가의 내면적 감성과 교감하고 나온 다층적이고 다의적인 상징·은유·기호로서, 장미와 조형언어를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평론가 김강석은 1965년 ‘부산화단의 동향’에서 ‘성백주는 인간의 오마주(Hommage)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비형상적 추상을 하는 작가’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장미’는 2020년 부산시립미술관 기획전 ‘1960~70년대부산미술:끝이없는 시작’에 출품되어 작가의 초기 추상작업 경향을 보여준 작품이다. 김지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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