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검찰총장의 자리
대한민국 중앙부처 소속 외청 수장 중 유일하게 장관급 예우를 받으며 권력의 상징으로 꼽히는 검찰총장 자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부패완판(부정 부패가 완전 판칠 것)’의 신구 권력간 대결 국면에서 보듯 권력 교체기 검찰총장 자리는 더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스스로 막강한 권력이면서도 살아 있는 권력과 죽은 권력을 넘나들 수밖에 없는 경계인의 숙명이랄까.
옛 권력이 임명한 김오수 검찰총장은 옛 권력의 검수완박에 반발하며 직을 걸었다. 새 권력의 사퇴 압박에는 버텼지만 ‘수사권을 박탈당한 검찰총장’이라는 오명을 덮어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앞서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가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에 비유하며 김 총장을 직격한 터였다. 해당 부장검사는 전직 총장의 기개와 비교하는 수모까지 안겼다.
그 전직 총장이 노무현 정권의 중수부 폐지에 맞서 “내 목을 쳐라”는 결기로 폐지를 막아내고 임기 2년도 지켰던 송광수 총장이다. 뒤를 이은 김종빈 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해 6개월 만에 스스로 직에서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의 김준규 총장이나 박근혜 정부의 한상대 총장 같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검사들의 용퇴 요구에 떠밀린 경우도 있다. 검사동일체와 기수 문화가 강한 검찰 조직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권위와 기개를 떠나 검찰총장의 자리가 갖는 엄중함이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워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한다는 데 있을 것이고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역대 총장들과 검찰 조직이 이 본질에 충실했다면 오늘날 여전히 검찰 개혁이 사회적 화두와 정치적 논란거리가 됐을까.
지난 5일 사표를 던진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은 “법이 가는 길에 왼쪽이나 오른쪽이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오직 법리와 증거에 따라 정의와 공정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야 하는 것이 검찰의 존재 이유이고 국민에게 신뢰 받는 지름길이라 믿는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승진 가도를 달렸지만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에 반기를 들고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도 비판했다. ‘권력 앞에 비굴하지 말라’는 소신을 지킨 존경받는 검사였지만 검찰총장에는 오르지 못한 게 어쩌면 권력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스스로가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정부의 검찰총장들은 어떻게 역사에 자리매김 될까.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