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무엇을 위한 ‘검수완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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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이 그들의 의총에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법안의 4월 내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해서 입법 절차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령은 2021년 1월 1일 자로 이미 발효되었고, 그 후 1년여를 넘긴 오늘의 또 하나의 검찰 개혁안으로 이름 지은 그들의 결정이었다.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은 2020년 말 ‘처럼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진되었던 것이어서 새삼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거대 여당이 내세우고 있는 검찰 개혁의 주장이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젠 따져 봐야 할 때다. 수사권의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일반인인 우리들의 자유와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국민 기본권 보호
수사권 박탈 정치적 거래의 대상 아냐

검경 수사권 조정 후 드러난 문제 많아
형사사법체계 개선 신중한 접근 필요

국회 산적한 민생 현안 해결 집중해야
헌법 궤도 이탈 검찰도 자성·변화 필요


사전적 의미에서의 개혁(改革)은 사회의 특정한 면의 점층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고쳐 나가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급진적이거나 본질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혁명과 다른 단어다. 때문에 개혁 논의에는 남겨야 할 본질적인 것과 바꾸어야 할 것에 대한 모두의 고민과 합의가 필요하다. 검찰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도 당연히 이렇게 했어야 했다.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한시적인 수권기관이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장치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가기관은 국민 위에서 통치자로 군림할 수 없고, 국민과는 별개로 자신만을 위한 정치를 앞세워서도 안 된다. 검찰 주도형 형사사법체계로 운영되어 온 우리의 검찰 제도를 두고 국민의 대다수가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공감하게 된 것은, 이러한 본분을 잊은 그간의 검찰 권력 일부의 헌법 궤도로부터의 이탈 때문이었다.

우리가 원했던 검찰 개혁의 방향은 기본권을 보호하고 헌법적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기본권 친화적인 검찰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검찰을 검찰답게 만들자는 것이다. 헌법은 국가 생활에 필요한 권능 기구를 설치하고 각 권능 기구의 역할과 기능에 부합하는 일정한 권한을 준다. 다만 권능은 언제나 악용 내지 남용의 소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통제장치를 함께 마련한다.

권능 기구로서의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 권력에 대한 통제장치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면, 검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권한은 주되 그 권한에 대한 견제 장치를 제도화하는 방법이었어야 하는 이유다. 때문에 검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고민 없이, 기준 없는 혹은 정치적 이해만을 앞세워 권한 박탈을 강행한다면 무의미하고 무능한 기구로의 몰락을 가져올 뿐이다. 그리고 결국엔 국민의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다.

또한 형사사법체계는 국민의 기본권과 직접적으로 관계되고 밀접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긴급하고 시급한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급진적인 변화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드러난 문제들도 해결되지 않았고, 공수처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문제들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의 존립이나 국민의 생존에 위협적인 과제가 아니라면, 형사사법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심도 있고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해야만 한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외국의 예가 우리에게 무조건 맞는 것도 아니어서, 졸속 입법의 대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검찰은 국민을 위한 사법기관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변화를 보여 주었어야 했다. 국민을 위해 검찰만이 할 수 있는 것, 검찰이 더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우리에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했다. 그랬다면 검찰로부터의 완전한 수사권 박탈이 국민을 위한 개혁방안이라는 주장이 왜 공감력도 설득력도 명분도 부족한 우려스러운 일인지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테니까.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한 당의 책무’라고 강변하는 개혁 주장 속에 정작 국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총에서 논의된 3개의 개혁 안건은 정치 개혁, 언론 개혁, 검찰 개혁의 내용이었다. 그 개혁안 속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민생의 좌절 상황이나 서민의 부동산 고통에 대한 대책 같은 것은 없었다. 지난 몇 주간 정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문제나 학대받은 아동의 보호문제 등 ….

국민에게 필요한 시급한 개혁이 무엇인지 지금 국회는, 여당은 정말 알고는 있는 것인지,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그들에게 묻는다. 국회의원의 본분을 잊어 가는 여야를 막론한 모든 의원들에게, 개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의결을 다 할 수 있는 거대 여당의 의원들에게 말이다. 우리 국민들이 대의제를 선택하면서 의원들에게 내준 ‘정책 결정권의 자유 위임’을 이렇게 횡행하는 건, 국민의 신의를 저버린 배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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