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톡톡] “나도 겁쟁이랍니다”… 동물의 왕 사자의 반전 매력
이영덕 부산여자대학 반려동물과 교수
포유류는 파충류나 양서류 등 다른 종류의 동물에 비해 매우 발달된 턱뼈와 이를 가지고 있다. 특히 육식 동물은 날카롭고 강한 송곳니를 가지고 있어 사냥감을 잡으면 단번에 숨통을 끊고 고기를 찢는다. 이처럼 강한 송곳니를 가진 육식동물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힘을 자랑하는 동물은 사자일 것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책을 비롯해 많은 영상과 자료 등을 통해 사자의 용맹성을 접해왔다.
다큐멘터리나 관련 영상을 보면 암사자가 몸을 숨기고 빠른 속도로 먹잇감에게 달려들어 강한 앞발을 이용해 쓰러뜨린 후 송곳니로 목을 물어 숨통을 끊곤 한다. 분명 영상 속 모습임에도 보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인공 포육 시 사육사에게 어리광
초식동물 반격에 치명상 입기도
사자는 무리를 지어 산다. 수컷은 대체로 무리를 보호하고 암컷은 사냥을 한다. 무리는 수컷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적은 수의 수컷들이 다수의 암컷을 다스리는 형태다. 다른 영역의 수컷 사자가 무리에 있던 우두머리를 이겼을 경우 그 무리는 깨지기도 한다. 생태계에서 사자는 거의 최상위 포식자이며 이들의 앞발 힘은 1t으로, 들소도 넘어뜨리는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사자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용맹하고 사나울까?
당연히 새끼일 때는 다른 육식동물한테 잡아먹히기도 하고, 늙으면 무리에서 쫓겨나 하이에나 무리에게 잡아먹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게다가 뒷다리가 매우 발달한 얼룩말 같은 초식동물들의 반격으로 부상 또는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수년간 동물원 수의사로 근무하며 흔히 아는 것과 다른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몇 년 전 동물원에서 어미가 돌보지 않아 죽어가는 새끼 사자를 인공 포육한 일이 있다. 새끼 사자를 꺼내 몇 주간 수액과 주사를 처치하고 사육사들의 손에서 길러진 이 아기사자는 건강을 회복해 지금은 매우 용맹하고 늠름한 사자로 자랐다. 이 사자는 사육사들이 먹이를 주거나 지나갈 때 놀아달라고 다가오거나 어리광을 피우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용맹한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봉화에서 동물원으로 데리고 온 한 수사자는 겁이 너무 많아 자신과 같은 종인 사자 무리에서 지내는 것조차 무서워 방사장에 나오지 못하고 항상 사육장에서 지냈다. 나무에 발톱을 갈고 방사장에서 뛰어놀아야 할 사자가 사육장 내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발톱이 살을 파고 들어가 다리를 못쓰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은 수술을 진행해 무리가 없을 정도로 몸을 회복했지만, 아직도 다른 사자들을 무서워하며 방사장에 나가는 걸 꺼리고 나가더라도 입구 쪽만 바라보면서 눈치를 본다. 다른 녀석들이 놀자고 해도 겁이 나서 내실로 들어오곤 한다.
용맹의 상징이자 동물의 왕이라고 불리는 사자도 사람과 교감이 가능하고, 가끔은 자신의 친구조차 무서워하는 겁쟁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동물들을 가까이서 관찰하며 의외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아직도 알아갈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