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파괴 행위” “헌법에 한 줄도”… ‘검수완박’ 벼랑 끝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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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검찰총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

13일에는 야당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까지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가세했다. 반면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이전 검수완박 법안 처리 의지를 거듭 밝혔다. 특히 윤 당선인의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민주당의 ‘단일대오’를 더 강화하는 모양새다. 입법 저지를 위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가동 움직임에 민주당이 ‘회기 쪼개기’로 맞서려는 상황에서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막판 변수로 여겨진다.

민주, ‘회기 쪼개기’로 정면 돌파
국힘·인수위 “새 정권 국정 방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3일 정무사법행정분과 명의 입장문을 통해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인수위는 입장문에서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는 헌법이 검사에게 영장 신청권을 부여한 헌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서 헌법 파괴행위와 다름없다”며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검찰청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해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론전을 이어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민주당 실세들의 부정·비리에 대한 수사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석 대표 역시 “민주당이 ‘대선은 졌지만 172석이 있으니까 힘 자랑해 볼게’라는 그냥 근육 자랑을 하는 것”이라며 “(검수완박 추진으로)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박살 날 것이다. ‘지민완박’이다”라고 비꼬았다.

반면 민주당은 “우리 사회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특권 영역을 해체하겠다”며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검찰개혁을 포함한 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며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 분리를 두고 ‘헌법에 정면으로 위반된다’고 반발한 데 대해 “헌법에는 검찰청의 권한에 대해 한 줄도 있지 않다. 인권 문제인 인신 구속에 대해 ‘검사가 영장을 청구한다’고 된 조문 하나”라고 반박했다.

당내에서는 검수완박 강행을 놓고 중도층 표심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지만, 최강욱 김용민 김남국 황운하 이수진 등 당내 강경파 초선 의원들이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신중론은 힘을 잃는 모습이다. 특히 민주당은 이날 윤 당선인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입증했다며 여론 반전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위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의 4월 국회 처리를 목표로 법안 심사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4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인 5월 4일 전 본회의를 열어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대통령 거부권이 발동될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처리하려는 것이다.

일단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의 경우 다수인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이다. 문제는 본회의인데,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민주당은 복잡한 수계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의 5분의 3인 18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재 172석인 민주당은 정의당이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정의당이 검수완박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과거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활용했던 ‘회기 쪼개기’ 전략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르면 회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필리버스터도 종료되고, 이후 필리버스터 안건은 다음 회기에 자동 상정된다. 4월 국회 회기가 5월 4일 종료되는 만큼 이튿날 새로운 임시국회를 소집하면 즉각 법안을 상정해 표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통과한 법안을 퇴임을 수일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국무회의에서 공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친정인 민주당과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고려해야 하지만, 퇴임하는 대통령이 진영 간 대립구도를 격화시킬 수 있는 법안을 마지막으로 처리하는 것 역시 부담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창훈 기자 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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