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추천 인사 내각 배제에 ‘삐걱’… 합당에도 ‘먹구름’
‘윤-안 공동정부 갈등’ 이유·전망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4일 모든 공식 일정을 돌연 취소하면서 인수위 활동 등 향후 거취에 대한 고심에 들어갔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대선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공동정부에 합의했으나 최근 발표된 차기 정부 내각 인선에 안 위원장 측 인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공식 발표만을 앞두고 있었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수위에 따르면 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소방본부의 소방정책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불참을 통보했다. 그동안 기자들에게 공지되던 안 위원장 일정도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안 위원장은 전날(13일) 윤 당선인이 참석하는 도시락 만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의 내각 인선에 대한 안 위원장의 불편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해석한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13일에 이어 이날까지 3차례에 걸쳐 조각 인선을 발표했지만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안 측근 “당선인 인사 협의 없어”
당초 예상 공동정부 구성과 달라
일각선 “인수위원장 그만둘 수도”
이태규 돌발 사퇴 이어 합당 악재
안 위원장 측에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안 위원장 측근인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지난 1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 사이에 인사 협의는 없었다고 한다’는 사회자의 말에 “그렇게 알고 있다. 당선인이 안 위원장에게 의견을 묻거나 언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이어 “1차 인선에 이어서 2차 내각 인선 결과까지 보면 언론이나 국민들이 그동안 예상했던 공동정부 구성하고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면서 “안 위원장이 전문성 있다고 생각한 몇몇 부처에 대해서는 의견을 전했으면 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고 직접 밝혔고 오늘 2차 발표 전에도 그런 과정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처음 예측할 때는 그냥 몇 명이 되지 않을까 했다”며 안 위원장 추천 인사가 한 명도 반영되지 않은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안 위원장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사람들이 그대로 다시 돌아왔다”고 힐난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안 위원장이 인수위원장직을 사퇴할 수도 있다고 본다. 공동정부를 고리로 선거 국면서 윤 당선인과 손을 맞잡았으나 결별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예견된 사태였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안 위원장 측에서 인수위원을 구성할 때부터 과도한 몫을 요구했다”며 “이번 장관 인선에서도 자질이 떨어지는 인사를 후보로 추천해 놓고 안 됐다고 저러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은 안 위원장의 이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인수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안 위원장이)끝까지 최선을 다해 책임을 다해 줄 것이란 기대, 신뢰를 갖고 있다”며 “인수위 기간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 짧은 (인수위 활동)시간은 새로운 대한민국 5년을 위해 아주 농축되고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대해 안 위원장이 각별히 고심하고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도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빌딩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인사 문제는 사실 굉장히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친다”며 “국정의 공동 운영이라는 원칙만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때가 있다는 현실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상당 부분 접점을 찾아오며 선언만을 앞두고 있었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1일 합당 선언을 예정했다”며 “안 위원장 측과 (인수위원직을 사퇴한 국민의당)이태규 의원의 돌발 상황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