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는 엄마 사랑처럼 모든 걸 품죠”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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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장 신한균 달항아리전

신한균 사기장은 “달항아리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따뜻함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작가 제공 신한균 사기장은 “달항아리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따뜻함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작가 제공

“달항아리는 모든 것을 감싸 안는 그런 매력이 있습니다.”

사기장 신한균의 작품을 만나는 자리가 펼쳐진다. ‘신한균의 달항아리전’이 오는 19일부터 내달 15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점에서 열린다. 부산일보와 (주)신세계가 공동 개최하는 전시에서는 신정희요를 계승하고 있는 신한균 사기장의 달항아리, 회령자기, 조선사발 등 40여 점의 도자기를 만날 수 있다.


19일부터 내달 15일까지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점

“우리가 막사발이라 불렀던

그릇 가치 알리는 게 숙명”


신한균 사기장은 달항아리의 매력을 어머니의 사랑에 비유했다. “저는 어머니에게 ‘사랑해’ 소리를 한번도 못 들었지만 어머니가 저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어요. 달항아리는 그렇게 모든 것을 포용하는 따뜻함을 줍니다.” 신 사기장은 달항아리의 은근한 존재감도 이야기했다. “달항아리는 저 혼자 뽐내지 않아요. 달항아리를 집에 두었다가 없애보면 알아요.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없으면 아주 아쉬워요. 또 가장 한국적인 미를 가지고 있고요.”

신한균 사기장은 고 신정희 선생의 장남으로, 경남 양산시 하북면에 위치한 신정희요에서 부친의 도자기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신 사기장은 1990년 일본 도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70회 이상의 초대전을 가졌다. 1993년 한국공예대전에서 동상을 수상했고, 〈우리 사발 이야기〉 〈사발〉 〈신의 그릇 1·2〉 등의 책도 펴냈다.

신한균 사기장은 조선사발 재현의 선구자인 신정희 선생을 보며 자랐다. “우리는 ‘막사발’이라 불렀는데 남의 나라인 일본에 가서는 국보가 되고 경매에서도 비싼 작품으로 대접받습니다. ‘그릇쟁이’ 아들로 태어나 그릇을 만들고 우리 그릇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 내 숙명입니다.” 신 사기장은 한·일 도자기 교역의 중심지였던 사적 100호 법기리 요지 복원을 위해 결성된 문화단체 (사)NPO 법기도자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사발과 함께 회령자기도 선보인다. 신 사기장은 일본 후쿠오카현 가라츠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오고려(奧高麗)’라는 이름의 도자기를 본 것을 계기로 회령 도자기를 연구했다. “함경도 회령유약을 전통기법으로 복원했습니다. 회령은 지대가 높아 소나무가 없어요. 그래서 억새풀 재를 섞어서 유약을 만들었죠. 석탄으로 밥을 짓기 때문에 직화가 되는 도자기를 쓰던 지역이라 흙맛도 특별합니다.”

우리 민족에게 도자기는 단순히 그릇에 그치지 않는다.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담고 있는 하나의 세계와 같다. 신한균 사기장은 “돈은 종이라서 썩을 수 있고, 권력은 한순간에 바뀔 수 있지만 내가 만든 것은 대를 이어가며 자랑할 수 있다”며 “도자기를 한다는 것은 흙으로 옥을 만든 직업으로 영원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신한균 사기장은 도자기에서 흙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도자기는 첫째도 흙, 둘째도 흙, 셋째도 흙입니다. 넷째가 불이고 다섯째가 형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흙 속에는 미묘한 맛이 있는데 그 흙맛을 살리는 사람이 바로 도예가입니다.”

‘신한균의 달항아리전’ 개막식은 19일 오후 6시에 열린다. 051-745-1504.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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