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된 이은해 조현수, 1년 전 보낸 엽서엔 "주인님" "시종님"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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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여) 씨와 공범 조현수(30) 씨.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여) 씨와 공범 조현수(30) 씨.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공개수배 17일 만에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이들이 1년여 전 주고받은 편지가 공개됐다. 범죄심리전문가들은 두 사람이 연인 사이가 아닌 '범죄 파트너'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뉴스1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7일 두 사람은 경북 예천군의 한 여행지에 들러 서로에게 각 1통씩, 총 2통의 엽서를 보냈다. 이들은 검찰이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을 전면 재수사에 나선 시점에도 아무렇지 않게 국내여행을 떠났고 여느 연인들처럼 사랑의(?) 엽서를 써내려갔다.

엽서를 보낸 지 333일 후에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 서비스인 관계로 최근에야 그들의 거주지로 배송됐고 경찰은 우편물이 쌓여 있는 우편함에서 이들이 서로에게 보낸 엽서를 발견했다.

이 씨는 엽서의 보내는 사람에 '너의 주인'을, 받는 사람에는 '조웬수'라고 적었다. 이에 반해 조 씨는 보내는 사람에 '현수 시종님'이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그는 엽서에서 "안녕? 난 너의 주인님이야. 우리 벌써 만난 지 2년이 넘었다"면서 "힘들 때 옆에 있어주고 나 때문에 온갖 풍파 다 겪었는데 함께해줘서 고맙다. 그때쯤(333일 후)이면 함께 물놀이한 공범도 출소해 있을 건데 별일 없이 평범하게만 잘 살고 있었음 좋겠다"고 했다.

조 씨는 "벌써 333일이 지났어. 참 시간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바쁘게도 살았구나"라며 "우린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있지? 아직 살고 있다면 큰 재앙은 없었다는 거겠지"라고 말했다.

또 "우리 'C'(이은해 아이)는 더 컸겠네. 지금쯤이면 아빠라고 해주고 있으려나? 너무 좋겠다"면서 "333일의 시간이 지났듯 앞으로도 변치않고 사랑하고 행복하자"고 전했다.

연인이 주고받은 편지로 보이지만 범죄심리학자들은 다른 의견을 냈다. 특히 이 씨에 대해서는 자기 연민이 강한 반면, 범죄 대상자에 대한 공감 능력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인물로 평가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은해의 편지를 보면 애정을 빌미로 조현수에게 범죄자로서 서로 비밀을 유지하자는 식의 동맹관계를 만드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은해의 심리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이 없는 사람"이라며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이 전혀 없다. 반면 자기 감정에는 굉장히 충실하다. 이런 점에서는 사이코패스 성향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도 이 둘의 관계를 '범죄 파트너'적 성격이 더 강하다고 평가했다. 표 소장은 "이은해는 사망한 전 남편을 그저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여겼다"며 "이 씨의 남편은 두 사람에게 금전적인 필요를 위해 존재하는 대상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표 소장은 "이은해·조현수는 어린 시절부터 여러 범죄를 접하면서 선택적 공감능력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범죄의 타깃으로 정한 사람에게는 공감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성인이 되면서 점차 습관으로 굳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낮 12시25분 고양시 덕양구 모 오피스텔에서 이 씨와 조 씨를 함께 검거했다. 체포 당시 이 오피스텔에는 이 씨와 조 씨만 있었으며 조력자는 함께 있지 않았다.

이 씨는 이날 오전 경찰의 검거망이 좁혀오자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 아버지는 "딸이 자수하려고 한다"며 오피스텔 주소를 경찰에 알려줬고, 경찰은 이 씨 아버지와 함께 해당 오피스텔을 찾았다.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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