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총장의 사표 ‘검수완박’ 입법 숙고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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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발해 결국 사표를 던졌다. 김 총장은 17일 “검수완박 법안 입법 절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분란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에게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김 총장의 사직서 제출은 더불어민주당 법안 처리 강행에 대한 승부수라 할 만하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15일 172명 의원 전원의 명의로 검수완박 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현 정부에서 임명한 검찰총장이 집권 여당과의 갈등 끝에 중도 사퇴하는 것은 국가적인 불행으로, 이런 모습을 또다시 목도하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할 따름이다.

민주당 일방적 법안 추진 비상식적
공청회 절차 통해 국민 먼저 설득을

거대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의 마지막 독주가 무리한 갈등 정국을 빚고 있다는 쪽에 비판의 추가 기운다. 이번에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법안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에 관해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에는 기소권만 남게 된다. 검찰 수사권 폐지라는 개혁 과제의 의의를 십분 이해한다 해도 4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성급해도 너무 성급하다. 국가 운영의 근간인 형사사법 체계는 최소 10년 이상 운영해 보고 제도 개혁 여부를 논의하는 게 통상적이라고 한다. 지금 필요한 일은 법안의 일방적인 개정보다는 우선 그 취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물론 수사권과 기소권을 어떻게 하면 남·오용 없이 올바르게 사용할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지 못한 검찰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 온 국민이 바라던 검찰 개혁과 제도 쇄신은 늘 지지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정당의 거대한 힘을 이용하는 민주당도 문제지만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정부여당과 청와대에 반기를 드는 검찰 역시 국민들의 눈에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빠진 거대 권력기관으로 비친다. 그동안의 곱지 않은 시선을 생각한다면, 이번 김 총장 사퇴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여론을 만들 수 있을지는 사실 미지수다.

안타깝게도 검수완박 국면은 ‘강 대 강’의 진영 대결과 정국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정국이 충돌과 혼란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을 수밖에 없다. 김 총장은 사직서를 내면서 “국회에서 진행되는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한 번 더 심사숙고하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거대 정당이 수사권부터 박탈하자는 논리를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폭력이다.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공청회 등의 절차를 통해 이 시점에서 법안 추진이 왜 필요한지 설득하는 게 순리다. 굳이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는 상식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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