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교육엔 진보 - 보수 없다” 교육감 선거 ‘중도 선점’ 경쟁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전국적으로 교육감선거 ‘진보-보수’ 후보 단일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일찌감치 양자대결이 성사된 부산은 ‘중도 선점’ 경쟁에 나선 모양새다. 3선에 도전하는 김석준 부산시교육감과 하윤수 예비후보 모두 “교육엔 진보·보수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석준 “진보보다 합리적 중도”
학생인권조례·교원 성과금 등
진보적 이슈에서 한발 물러서
하윤수 “보수 후보지만 중도”
독립유공자 후손, 진보와 접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도 비판적
김 교육감은 대외적으론 진보교육감으로 분류되지만 공식 석상에선 “진보교육감도 보수교육감도 아닌 부산교육감”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지난 8년간 펼친 정책도 ‘전면 무상급식’을 제외하면 타 지역 진보교육감과는 결이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일례로 경남·울산교육청에선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다 보수 교육계의 강한 반발을 샀지만, 부산은 학칙 개정이나 학생인권보호 전담기구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한발 물러서며 논란을 피했다. 전교조에서 반대하는 ‘교원 성과금 차등 지급’ 사안도 친전교조 성향의 교육감들은 행정심판 결과를 근거로 ‘균등분배 금지’ 문구를 삭제했지만, 부산은 이에 동참하지 않았다. 김 교육감 측은 “교육 현장에 필요한 부분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원칙 아래 부산시장이 바뀌더라도 정파를 떠나 서로 조정·협력하며 부산교육을 이끌어왔다”며 “그동안 진보교육감을 표방한 적이 없으며, 굳이 성향을 따지면 합리적 중도에 가깝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보수단일화에 성공한 하 예비후보도 공식적으론 ‘중도·보수’ 예비후보라고 소개하며 중도까지 아우른다는 점을 부각한다. 지난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발표한 ‘부산교육 3대 방향’도 보수 일색의 공약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 예비후보는 보수 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총 회장(연임·2016~2022년) 시절,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을 맡아 통일 문제에도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독립유공자 자손으로서의 가족사는 외려 진보와 더 접점이 있는 편이다. 하 예비후보의 조부 하준호 선생은 1919년 만세운동을 벌이다 2년간 투옥돼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다. 이 같은 이력 때문인지 하 예비후보는 2016년 한국교총 회장 당선 직후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놓고 친일·독재 미화를 우려하며 비판적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 예비후보는 “교육에는 좌와 우, 진보와 보수가 있어선 안 된다”며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생들에게 촘촘한 희망 사다리를 놓아 저처럼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 모두 대외적인 진보-보수 구도와 달리 진영 논리에 거리를 두면서, 부산교육감 선거는 현 교육감의 지난 8년에 대한 평가와 후보들이 제시하는 미래 비전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부산지역 한 교육계 인사는 “교육감 선거는 지자체장 선거와 달리 정당이 없기 때문에 표심이 진보-보수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며 “특히 교육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학부모와 교직원 가족들의 지난 8년에 대한 판단이 이번 선거에서 핵심 여론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