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단속은 구시대적 발상” vs “생활 지도 차원의 권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생 두발·복장 규제
부산 사하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두발과 복장을 규제하고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며 청소년단체와 학생들이 학생 인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러 학교 현장에 남아있는 생활 규제를 두고 구시대적 인권 침해라는 주장과 최소한의 생활 지도라는 주장이 맞선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와 동아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은 지난 15일 부산 사하구 동아공업고등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 인권 보장을 촉구했다.
동아공고 학생, 학칙 개정 요구
부산 작년 인권 침해 75건 접수
아수나로 부산지부는 최근 동아공고에서 일부 교사가 학생에게 두발 규제 등 생활지도를 하면서 욕설했다는 제보가 있어 이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 인권 실태 설문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전교생 420명 중 105명이 참여한 조사 결과 98.1%가 두발·복장 규제가 있다고 답했다. 점심·쉬는 시간 휴대전화 사용 금지가 있다는 답변도 75.2%에 달했다. 교사의 언어폭력이 있다는 답변은 12.4%였다.
아수나로는 “국가인권위원회는 두발·복장 등을 학교가 일률적으로 정해 따르게 하는 것은 학생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수차례 권고했고, 휴식·점심시간에도 휴대전화를 금지하는 것은 사생활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면서 학교에 학칙 개정을 요구했다.
한 동아공고 학생은 “실습을 하다가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욕설을 들었다”며 “두발 규제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도 수업 시간에만 사용을 제한하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사용할 수 있도록 금지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공고 학교생활규정에 따르면 두발은 머리의 길이와 모양은 제한하지 않지만 정결하고 단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파마와 염색은 금지된다. ‘정결함과 단정함’의 기준은 적혀있지 않다. 휴대전화는 아침에 담임교사에게 제출하고 수업이 끝나야 돌려받을 수 있다.
동아공고의 한 부장교사는 “일부 교사가 학생 지도 과정에서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는지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면서 “학기 초 교사, 학생·학부모 대표 등 10명이 공청회를 통해 정한 학교생활규정에 따라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두발 규제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어 구두로 권고만 하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의 생활을 지도하는 것은 교사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제보는 동아공고만의 일은 아니다. 아수나로 부산지부는 지난해 부산지역 27개 학교의 학생들로부터 두발과 복장 규제 등 학생 인권 침해 사례 75건을 제보받았다. 그해 10월 제보 내용을 간추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수나로 부산지부 김찬 활동가는 “여전히 학생들을 동등한 시민으로 보지 않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학칙이 많다”며 “학생 인권을 억압하는 학칙은 없어져야 하며 부산시교육청도 학생 인권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 1월 발의돼 심사 보류된 ‘부산광역시교육청 학생인권 조례안’이 지방선거 전 부산시의회 마지막 회기에 상정되지 않으면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들이 두발·복장에서 개성을 실현할 권리가 있고 휴대전화를 소지·사용할 수 있는 사생활의 자유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발·복장이나 휴대전화 소지·사용 조항의 경우, 학생이 참여해 제정한 학칙을 통하지 않고서는 제한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