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악취 고통 언제까지… 학장천 상류 개선 ‘감감무소식’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사상구의 대표적인 하천인 학장천 상류 인근 주민들이 날씨가 따뜻해지면 나타나는 벌레와 악취로 수십 년째 피해를 호소한다. 학장천 상류 구간은 앞선 하천 개선사업에서 제외돼 방치되고 있지만, 사업비 등을 이유로 올 여름도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사상구청은 하천기본계획에 학장천 상류 구간을 포함해 줄 것을 부산시에 요구했다고 17일 밝혔다. 하천기본계획은 하천법에 따라 지자체가 10년에 한 번씩 작성하는 관리계획으로, 부산시는 지난 14일 학장천, 동래천 등 3개 하천 기본계획수립 용역입찰공고를 냈다.

날씨 풀리고 비 오면 피해 극심
주민들 “수십 년째 되풀이” 민원
앞선 생태환경개선서 빠져
구청, 하천기본계획 포함 요구

학장천 상류 구간은 비가 오면 오수 유입 등으로 인해 악취가 발생하고 모기, 깔따구 등 벌레가 대량으로 서식해 개선사업이 필요하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찾은 현장에서는 강물이 쓰레기와 섞여 내려왔고, 인근에는 오래된 쓰레기도 다수 발견돼 악취를 풍기기도 했다.

사상구 주례동에서 40년 이상 거주한 노흥진(68) 씨는 “하천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항상 쓰레기가 떠내려오고 유속도 느리다 보니 여름만 되면 악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지금까지 수십년간 민원을 제기했지만 지자체에서는 그때마다 개선해주겠다는 말뿐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최 모(62) 씨는 “하천을 살리든지 아니면 복개를 해 주차장 등 다른 용도로 쓰든지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면서 “기약도 없이 계속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주민들을 계속 고통 속에 살라고 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학장천은 부산진구 개금동에서 시작돼 사상구 주례동, 학장동, 엄궁동을 거쳐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전체 길이 약 5.35km의 지방 하천이다. 1970년대 이후 도시가 발달하면서 비가 오면 비점오염원이 학장천으로 유입되는 등 하천 환경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이후 부산시는 약 382억 원을 들여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학장천 생태환경 개선사업인 ‘고향의 강’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이후 중류부터 하류 구간은 하천의 모습을 되찾았지만 상류 구간 1.5km는 하천기본계획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 구역에서 빠졌다.

사상구의회에서도 주례동 주민들을 위해 학장천 상류 구간의 생태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상구의회 윤숙희 의원(주례1·2·3동,국민의힘)은 지난달 23일 열린 본회의에서 “오랫동안 민원이 제기됐고 개선사업이 진행됐지만 정작 상류 구간이 사업 구역에서 빠졌다”면서 “오래전부터 벌레와 악취 없는 마을을 원한 주민들의 요구에 맞춰 부산시와 사상구청이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상구청 측은 “학장천 상류 구간 부지에는 무허가 건축물이 다수 있어 개선사업이 진행되면 이주비 등 사업비가 많이 들 것”이라면서 “자체적인 예산으로는 불가능하고 부산시에 하천기본계획으로 포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사상구의 요청을 고려하고 있지만 내년 하천기본계획 수립 용역 결과가 나와봐야 대안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부산시 하천관리과 관계자는 “용역을 통해 취약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구간을 파악하고 계획에 따라 예산을 투입하게 된다”면서 “용역 결과는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쯤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글·사진=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