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남도 계곡 같이 갔어요" '그알' PD도 의아했던 이은해 셀프 제보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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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 씨는 8억 원대 생명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SBS 시사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에 직접 제보를 하면서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

이 씨가 제보를 하지 않았다면 경찰에서 단순 변사사건으로 내사 종결되고 끝났을 사건이었다.

이 씨는 남편 A(사망 당시 39세) 씨가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다이빙하다 사망한 뒤 같은 해 11월께 보험회사에 남편의 생명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사기 범행을 의심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어린 시절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러브하우스'에 출연한 경험이 있던 이 씨는 생명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방송을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이 씨는 2002년 3월 '러브하우스'에 장애를 가진 부모님과 함께 출연해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밝은 얼굴로 "베풀며 살고 싶다"고 말해 여러 도움을 받은 바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따르면 2020년 3월 보험사 분쟁 관련 제보를 접수하던 중 이 씨의 전화를 받았다. 이 씨는 "관할서에서 익사로 내사 종결했는데, 보험금을 주기 싫어 온갖 트집을 잡고 있다"고 천연덕스럽게 제보했다.

하지만 이 씨 주장이 여러 측면에서 석연치 않은 사실을 파악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2020년 10월 '가평계곡 익사 사건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내보냈다.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었던 김영태 PD는 지난 1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이 씨에게 수상한 점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 PD는 "이 씨와 처음 통화를 했는데 남편이 사망한 사건에서 당연히 있어야 할 슬픔이나 안타까움 같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가장 결정적인 건 너무 건조하게 '제가 내연관계에 있었는데 그 내연남도 계곡을 같이 갔어요'라고 말했던 점"이라며 사건을 파헤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1월 유족 지인의 제보를 토대로 재수사를 벌이던 일산서부서도 방송 두 달 뒤인 2020년 12월에 살인과 보험사기 미수 혐의를 적용해 이 씨와 조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내연관계인 이들이 8억 원의 생명 보험금을 노리고, 수영을 못하는 A 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단순 보험 사기로 끝날 뻔한 사건이 엄청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검경 합동 검거팀까지 구성될 정도로 확대된 데에는 이 씨의 방송사 허위 제보가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 셈이다.

한편,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낮 12시 25분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모 오피스텔에서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이 씨와 조 씨를 동시에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검거에는 이 씨 아버지가 딸의 자수 의사를 경찰에 전달하는 등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씨는 경찰의 검거망이 좁혀오자 이날 오전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그동안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듯 비교적 야윈 상태였고, 체포 당시 초췌한 모습이었다.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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