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구, 서부산 유일 갑·을 지역구 경쟁 국힘 후보 5명 ‘불꽃 공천 경쟁’
부산 사하구는 낙동강 벨트 중 정치권의 역학관계가 가장 복잡하게 얽혀 선거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곳이다. 서부산 중 유일하게 구청장 자리를 두고 갑·을 지역구가 치열하게 맞붙는다. 지역 국회의원도 더불어민주당(사하갑 최인호)과 국민의힘(사하을 조경태)이 양분해, 이번 구청장 선거가 2년 뒤 열리는 총선의 ‘전초전’이라는 말도 나온다. 호남 출신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등 지역 표심은 진보세가 부산의 다른 지역보다 강한 편이다. 3·9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 득표율이 40.2%로 강서(42.9%), 영도(41.6%), 기장(40.8%)에 이어 부산에서 4번째로 높았다. 그러나 사하는 정당 못지않게 후보 개인의 출신 등이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끼쳐 변수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부산 구·군 중에선 진보세 강한 편
정당 못지않게 후보 출신도 표심 영향
김태석 구청장 민주 단수 공천 확정
국힘 갑, 이갑준 대표주자로 내세워
을에선 노재갑·조정화 유력 후보
민주당에서는 갑을 지역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김태석 구청장이 단수 공천을 확정 지었다. 여성가족부 차관 출신인 김 구청장은 초선임에도 큰 논란 없이 구를 이끌고 지역 정치인, 공무원들과 유대관계를 잘 맺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매니페스토 공약 이행 실적 평가에서 4년 연속 최고 등급을 받았고, 중앙부처 행정 관료의 경험을 살려 1300억 원에 이르는 국·시비를 확보하기도 했다. 특히 사하의 환경 개선에 행정력을 집중시켜 부산의 ‘미세먼지 1번지’라는 불명예를 씻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구청장은 경남 남해군 출신으로 지지기반도 두껍다. 사하구에서는 남해 출신 주민 비율이 10%가 넘고, 이들 주민 간 단합력도 상당히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원팀’을 이루었으나, 국힘은 치열한 당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김척수 위원장이 이끄는 갑 당협에서는 이갑준 전 사하구 부구청장을 대표 주자로 내세우는 것으로 사실상 내부 정리가 끝났다. 경쟁자였던 노승중 전 구의장은 지난 8일 이 전 부구청장 지지를 선언하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 전 부구청장은 부산시 문화체육관광국장,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등을 장기간 역임해 행정·경제 분야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 기획재정관 경험을 토대로 개발 현안이 많은 사하의 예산 확보를 자신하며, 주요 공약으로 낙동 테크노밸리 조성, 다대 지역 명품 관광·주거화를 내세운다. 남해 출신으로 김 구청장과 ‘고향 선후배 맞대결’을 벌일지도 볼거리다.
을 지역구에서는 노재갑 전 시의원과 조정화 전 구청장이 유력 후보다. 조경태 의원의 지지를 받는 노 전 시의원은 오랜 기간 국회의원 보좌관 등을 지내며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괴정동 일대 ‘교육 도시’ 조성, 사하구 의료관광 특구 지정, 사하을 지역 개발 규제 완화 등을 공약으로 지역 표심을 공략한다. 2006년부터 4년간 사하구청장을 지낸 조 전 구청장은 지역 내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경선 승리를 자신한다. 과거 감천문화마을, 다대포 낙조 분수 조성 등 굵직한 성과를 이뤄내며 행정력과 사업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이 밖에 사하에서는 최영만 구의회 부의장, 최민호 전 한국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도 국힘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사하 당협은 현 구청장의 조직 장악력, 리더십이 약하다며 구청장 탈환을 자신한다.
그러나 최근 국힘 내 경쟁 과열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당내 갈등이 선거 변수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현재 조 전 구청장은 당협에서 이 전 부구청장과 노 전 시의원 2명만 경선에 참여시키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조 전 구청장은 “야합공천이 아니라면 반드시 공정 경선이 치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