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코로나19와 집값 급등 후유증
송지연 경제부 부동산팀장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코로나19와 전면전이 사실상 끝났다. 거의 2년 만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여행과 늦은 저녁 자리, 공연 관람에 제한이 없어지다니, 예전에 얼마나 자주 그랬는가와 별개로 짓눌린 마음이 가벼워진다.
한편으로는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든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의 편리함을 오프라인이 대체할 수 있을까? 재택 근무 시스템이 이미 갖춰졌는데, 출퇴근의 번거로움을 겪어야 할까? 웹툰이나 OTT, 게임 등 혼자 놀기에 최적화된 디지털 놀이터를 떠날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건너면서 우리 생활은 변했다.
코로나19로 ‘집값 급등’ 지독한 증상 겪어
부동산 민심으로 탄생한 윤석열 정부
규제 완화 신호에 시장은 기대 심리 들썩
자칫하다간 집값 상승 롱코비드 우려
사회적으로는 양극화 해소라는 큰 숙제가 생겼다. 전례 없이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돈 가치는 하락하고 부동산 자산이 있는 이들의 부는 더욱 커졌다. 반면 현금 소득이 전부인 계층은 일자리를 잃지 않더라도 고공행진 하는 물가 탓에 사실상 소득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개인 면역력에 따라 코로나19 증상이 다르듯, 개인이 소유한 자산에 따라 부의 규모도 크게 벌어졌다.
집값 급등은 코로나19의 사회적 증상 가운데 가장 지독했다. 월급으로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수준으로 오른 집값 앞에 젊은층은 허탈하다. 집을 살 엄두가 나지 않으니, 현재 내가 즐길 수 있는 작은 사치에 몰두하는 ‘비자발적 욜로’가 속출한다. 유주택자도 어느 곳에 사느냐에 따라 벼락 거지와 벼락 부자로 나뉘게 됐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바이러스와 접종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듯이, 각종 부동산 정보도 코로나19 이후 일종의 ‘국민 상식’이 됐다. “어떻게 지내느냐”는 안부 인사는 “집값은 좀 올랐냐”로 대체됐다. 어디 집값이 오를지, 부동산 정책의 오류가 무엇인지 한마디 정도 할 수 있어야 대화에 끼일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완치 이후에도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는 ‘롱코비드’ 증상처럼, 집값 급등도 한동안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유동성이 풍부해 불이 붙을 수 밖에 없는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정권 말기에 금리 인상과 대출 제한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긴 했지만, 사그라들지는 않은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소방수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의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서 3월 전국의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3.1로, 전달의 108.5보다 4.6포인트(P) 오르며 2개월 연속 상승했다. 부산도 105.1로, 지난달보다 2.4올랐다.
특히 서울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잇다르고 있다. 부산도 한달 넘게 0.01% 상승세를 보이던 아파트 가격이 지난주 0.03% 올랐는데, 가격 상승폭이 큰 지역은 재건축 단지의 거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 기간 공약으로 내걸었던 세금과 대출부담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재검토, 재건축·재개발 절차 간소화 등 규제 완화 신호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공급 확대를 위한 조치라는 당초 취지보다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요소에 시장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윤석열 정부는 현 정부의 패착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집 없는 서민을 괴롭히는 다주택자’라는 이분법적인 견해는 무주택 서민의 분노를 달랠 수는 있을지언정, 서민의 주거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단순한 정치적 구호로 접근하기에 시장은 매우 다양한 주체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현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조치에 초점을 맞추다 집값 안정이라는 큰 목표를 놓친 것을 반면교사 삼아, 새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는 무조건 선’이라는 인식의 폐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나마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부에서 부동산 정책의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등 시장의 신호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은 다행이다. 공급 확대이든, 규제 완화이든 궁극의 목적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다.
‘롱코비드’ 증상은 사라진 줄 알았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길게는 6개월까지 체내에 살아있으면서 각종 장기에 손상을 입혀 나타난다고 한다.
정권 교체로 부동산 시장의 비정상적인 요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유례없는 집값 급등을 경험한 이들은 확실한 집값 하락의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계속 집을 사려고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출만 풀리면 집을 사겠다는 심리가 시장에 팽배하다. 인플레이션의 공포는 현물 자산인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짝을 지어 다닌다. 집값 급등의 ‘롱코비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민심이 선택한 윤석열 정부는 고열에 시달린 부동산 시장의 완치와 후유증 사이, 복잡한 기대가 뒤섞인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