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보복에 안전지대 없다”… 우크라 난민 ‘험난한 귀향길’
우크라이나 키이우 등지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일상 복귀를 위해 피란 갔다 돌아오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귀향을 자제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군함 모스크바호의 격침에 따른 보복성 공격으로 안전 지대가 없어진 만큼, 안전한 피란처에 더 머물러 달라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기준 폴란드, 몰도바를 비롯한 유럽연합(EU) 국가에서 우크라이나로 들어온 사람이 우크라이나를 떠난 사람보다 더 많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우크라이나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우크라이나로 들어온 사람은 3만 8000여 명으로 전날보다 2000명가량 늘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를 떠난 사람은 그 전날 약 3만 8000명에서 이날 3만 2000여 명으로 줄었다.
모스크바함 격침에 러 보복 격화
주요 도시 미사일 포격 사망 속출
키이우 시장 “아직 오지 마라” 호소
EU 떠나 우크라 돌아온 입국자
전쟁 발발 이후 첫 출국자 추월
BBC도 폴란드 출입국관리소 통계를 인용해 이날 우크라이나로 들어간 사람은 2만 2000명으로 같은 날 우크라이나를 떠난 1만 920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같이 우크라이나 입국자가 출국자보다 많은 현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이다. 이는 본국에 있는 가족·친척을 만나러 가거나 아예 원래 집으로 돌아가 다시 정착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라고 BBC는 분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귀향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17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전날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다시 한번 모든 이에게 호소한다. 공습경보를 무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키이우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려는 시민들은 귀향을 자제하고 더 안전한 곳에 머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호르 테레코프 하르키우 시장도 모든 시민이 피란처를 찾을 수 있다면 숨어 있으라고 당부하는 한편 여건이 된다면 도시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말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 집중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철수하자 키이우 등에서는 일상 회복 조짐 속에 일부 피란민들이 귀향하기도 했다. 오랜 타향살이에 지친 데다, 일터가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에 속속 귀향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인 흑해 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호가 격침된 이후 러시아군은 키이우 주변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키이우 군사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며칠째 계속된 가운데, 18일에는 서부 르비우가 러시아군의 미사일 폭격을 받았다. 그동안 서부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피란처로 여겨졌지만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동부 돈바스 지역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결사 항전 의지를 내비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전쟁을 끝낼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를 포기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돈바스를 점령할 경우 러시아가 키이우를 다시 점령하려 시도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며 "이번 (동부)전투는 전쟁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게 이 땅을 지키는 게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언급했다.
EU는 또 우크라이나의 가입 절차를 전례 없이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EU 가입을 위한 공식 질문지에 대한 답변을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미 완성했으며, 빠르면 몇 주 내 가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는 가입에 수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