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배출 시설 반대” 통영 예표마을 주민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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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레미콘 공장에서 내뿜는 먼지를 참고 산 것도 억울한데, 이제 발암물질 덩어리인 아스콘 공장까지 떠안으란 말인가요?”

경남 통영시가 민가가 밀집한 마을 인근에 아스콘 공장 신설을 허가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레미콘 공장 가동에 따른 생활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 또 다른 혐오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필요시 실력행사에 나설 예정이어서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레미콘 공장 마을 인근 이전 추진
발암물질 배출 우려에 주민 반발
시장 면담·법률 검토 등 항의 예정

18일 통영시에 따르면 국도 77호선이 지나는 광도면 안정리에서 레미콘 제조 공장을 운영해 온 A 산업이 최근 공장 이전에 착수했다. 기존 공장이 국도 확장 부지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통영시로부터 이전 승인을 받은 A 산업은 작년 10월 부지 정지 작업을 시작했다. 신설 공장은 3696㎡ 규모다.

문제는 이전 계획에 아스콘 제조 시설 신설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뒤늦게 이를 인지한 주변 마을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예포마을의 경우, 공장과 직선거리로 500m 남짓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지금도 기존 레미콘 공장에서 발생하는 비산 먼지 때문에 한여름 찜통더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이 와중에 아스콘 공장까지 들어서면 주민의 삶은 벼랑 끝까지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특히 아스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해 물질에 대한 우려가 크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연구센터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벤조피렌을 비롯해 벤젠, 폼알데하이드 등 여러 발암물질이 아스콘 공장에서 필연적으로 배출된다는 것이다.

아스콘 공장 인근 마을 주민 5분의 1이 폐암, 방광암, 위암 등으로 사망한 전북 남원의 역학조사 결과와 한 마을 어린이와 부녀자들이 아토피, 코피, 호흡기질환, 급성폐쇄성 후두염, 비염, 유방암, 자궁암 등이 발생한 경기도 안양 사례를 알게 된 이들은 “마을이 ‘소리 없는 죽음의 공간’으로 갇히게 될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지금도 전국 각지 아스콘공장 인근 마을에서 반대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통영시는 주민 동의도 없이 신규 시설을 허가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통영시는 지금이라도 이전 허가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공장 신설을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은 앞으로 통영시 허가부서 항의 방문과 시장 면담, 아스콘공장 건립 제동을 위한 법률 검토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허가를 내준 통영시는 난감한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법률 저촉 사항이 없는 상황에서 민원 때문에 허가를 취소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A 산업 측은 도로 확장에 따른 불가피한 조처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합의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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