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돌아올 평산마을, 커피숍이 먼저 들어왔다
[현장이 답이다]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내달 10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사저에 입주하면 새 이웃으로 크게 환영할 일이지만, 몰려들 방문객 걱정부터 앞섭니다.”
18일 찾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대통령 사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포크레인 한 대가 사저 정문에서 열심히 땅파기를 한다. 사저 주변 담을 따라 조경수가 식재됐고, 수북이 쌓였던 건축자재 일부도 치워졌다. 경호원들이 사용할 경호동은 아직도 먼지를 일으키며 외부 공사가 한창이다.
이날 오후 양산시는 대통령 사저의 사용승인 신청을 허가했다. 이르면 19일부터 매곡마을과 청와대에서 출발한 이삿짐이 평산마을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내외의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입주 앞두고 사저 마무리 한창
개발 기대감에 땅값도 들썩
마을 도로 좁고 주차장 없어
양산시, 교통 대책 마련 분주
■대통령 사저 입주…교통 혼잡 불가피
문 대통령 내외가 머물 사저는 평산마을에 있다. 평산마을은 KTX 울산역과 13km, 경부고속도로 통도사IC와 4.5km, 국도 35호선과 3km 정도 떨어져 있다. 국도에서 통도환타지아 쪽으로 진입한 뒤 영취산 방향으로 올라가면 평산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대통령 사저를 볼 수 있다.
문 대통령 사저가 산속에 있다 보니, 진입도로는 왕복 2차로 또는 너비 4~6m에 불과한 이면도로다. 방문객이 몰리면 차량 교행마저 쉽지 않다. 당연히 주차장이 없다.
그러니 양산시 등은 평산마을이 대통령 사저로 확정됐을 때 교통 소통 문제로 고심에 빠졌다. 일찌감치 대책을 세워 움직이고 있다.
시는 10월 준공을 목표로 문 대통령 사저 진입도로 중 하나인 중 3-3호선과 소 1-7호선 정비공사를 진행 중이다. 완공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려고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소 1-7호선은 빨라야 10월께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사저 주변에 주차장이 없어 방문객 차량을 통도사 산문주차장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산문주차장은 차량 394대를 주차할 수 있지만, 사저까지 1.8km가량 떨어져 있다. 젊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어르신들이 걸어서 왕복하기가 쉽지 않다.
산문주차장이 부족하면 인근 통도환타지아 주차장이 대안이다. 주차장 3곳에 총 1949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차장도 사저까지 1.6~2.2km 거리인 데다 민간 소유여서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양산시 등은 총연장 1.3km인 평산마을 진입도로를 일방통행으로 전환할지를 놓고 검토 중이다. 일방통행이 결정되면 도로를 따라 최대 100여 대의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평산마을 주민들의 불편이 불가피해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평산마을의 한 주민(60대)은 “교통 통제 등으로 문 대통령 사저 입주 전보다 불편이 예상된다”며 “방문객들이 마을 곳곳을 누비며 기웃거리고, 사진을 찍을 경우 사생활 침해도 우려되니 사전에 철저한 대책을 세워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뜨는 평산마을 지는 매곡마을
문 대통령의 사저가 평산마을로 정해진 뒤 양산시 덕계동 매곡마을 주민들은 실망이 컸다. 지난달 17일 매곡마을 사저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올 것이 왔다”는 탄식이 이어졌다.
퇴임 후 대통령이 머물 사저 위치가 평산마을로 정해진 건 2020년 6월이었다. 이후 조용했던 마을에 개발 붐이 일면서 땅값도 들썩였다. 평산마을의 70~80% 정도가 통도사 소유다 보니 개발 또는 매각할 수 있는 부지는 20~30%에 불과해 땅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3.3㎡당 평균 150만 원 하던 대지가 위치에 따라 300만 원에서 350만 원까지 올랐다. 주변에 전원주택지가 조성되고, 대형 커피숍이 문을 열었다. 기존 음식점은 리모델링을 하며 방문객 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다.
반면 매곡마을은 2018년 대통령 당선 이후 일었던 개발 붐이 주춤해지고 부동산 투자 역시 내리막을 걸었다. 문 대통령 퇴임 이후를 기대하며 이 마을에도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고, 전원주택지가 조성됐다. 주택 건립이 가능한 자연녹지는 3.3㎡당 60~70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으로, 주택은 50% 이상 값이 올랐다.
그러나 최대 200만 원 하던 자연녹지는 지난달 말 위치에 따라 100만~150만 원까지 떨어졌고, 주택도 30~40%가량 호가를 내려도 찾는 사람이 없다. 매곡마을 입구의 한 주택은 2년 전 8억 원에 팔렸지만, 대통령 사저의 평산마을 확정과 함께 계약이 파기됐다. 집값은 5억 5000만 원까지 떨어졌고, 2년 동안 거래되지 않고 있다.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원주택지와 주택을 찾는 사람은 가끔 있지만, 매곡마을에 나온 물량이 없어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매곡마을 사저 매각 소식으로 호가는 더 떨어질 수 있지만, 실제 거래가 없어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마을 주민(60대)도 “언론에서 매곡마을 집값이 몇억 원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다루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주민 상당수는 주거환경이 좋아서 전입해왔기 때문에 매물 자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