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받아낸 다음 살해해야”… 부부 피살사건 ‘계획 범행’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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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부산지법에서 첫 공판

지난달 4일 50대 부부 흉기피살 사건이 벌어진 부산 북구 구포동 현장 최근 모습. 정대현 기자 jhyun@

속보=부산 북구 구포동 50대 부부 흉기 피살사건(부산일보 3월 4일 자 8면 등 보도)의 가해자들이 SNS 메시지 등을 서로 주고받으며 범행을 미리 계획한 정황이 확인됐다. 유족은 피해자가 극도의 위협감을 갖고 경찰에 두 차례 신고까지 했지만 참변을 막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진혁)는 18일 이른바 ‘구포동 살인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A 씨와 50대 여성 B 씨에 대한 첫 번째 공판을 열었다. 모자 관계인 이들은 지난달 2일 오후 4시 40분께 구포동의 한 주택가에서 50대 부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일 “오늘이 니 제삿날” 등 문자
검찰, 피의자들 주고받은 공모 확인
유족 “집에 특수한 흉기 등 준비”
가해자, 경찰 조사서 우발적 주장
피고 측 “수사기록 확보 못했다”
10분 만에 종료 공판 25일로 연기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A 씨와 B 씨가 올해 2월부터 카카오톡 등을 통해 살해를 공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B 씨는 2월 말 자신의 아들인 A 씨에게 “피해 남성을 살해하거나, 그들의 가족을 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A 씨는 “자녀가 아닌 피해 남성이 죽어야 한다. 가능한 많은 돈을 받아낸 다음 살해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범행 당일에는 B 씨가 피해 남성에게 ‘니 같은 ○○은 죽일 가치도 없다. 그래도 니는 죽어야 된다’ ‘오늘이 며칠인지 잘 봐 둬라. 오늘이 바로 니 제삿날이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 압박을 줬고, 결국 피해 남성이 제 발로 가해자들의 주거지에 찾아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은 오랜 지인 사이였지만 개인적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피해자들과 그의 가족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유복하게 잘 살고 있는 반면, A 씨와 B 씨는 생활고를 겪는다는 점에 회의감과 시기, 질투 등을 느껴 금전을 요구하며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범행 당일 실랑이가 벌어지자 격분한 A 씨가 집에 있던 흉기를 갖고 나와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경찰은 A 씨에게는 살인 혐의, B 씨에게는 살인방조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이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A 씨와 B 씨가 사전에 공모한 계획 범행 정황을 확보한 만큼 이를 두고 법정 공방이 오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이날 밝힌 공소 사실에 따르면 A 씨는 흉기를 이용해 피해자들의 목과 머리 등을 각각 십여 차례 이상 찔러 무참히 살해했다. B 씨는 흉기에 찔린 피해 여성이 일어나려 하자 세게 밀쳐 넘어뜨리고, 피해자가 살아 움직이는 걸 보고 이를 A 씨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이런 공소 사실이 공개되자 방청석에 있던 일부 유족은 숨죽여 오열했다.

재판 직후 유족은 계획된 범행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은 “일식당 등에서 사용하는 특수한 흉기를 가정집에 준비해 두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면서 “신고자인 피해 여성은 처음부터 ‘여자와 그 아들이 칼을 들고 우리 남편을 붙잡아 놨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가해자들의 주거지에 들어가서 한 번만 제대로 확인했더라면 이런 참변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여성은 사건 발생 당일 오후 3시 9분과 오후 4시 16분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흉기 관련 신고가 있었던 1차 출동 때 집 앞으로 나온 가해자 A 씨의 몸을 수색했으나, 흉기가 발견되지 않자 양측을 떼어 놓는 분리조치를 한 뒤 철수했다. A 씨는 경찰이 2차 출동한 이후에도 분리조치만 한 이후 자리를 뜨자 이내 집으로 뛰어가 흉기를 가져나온 뒤 이들 부부를 살해했다.

한편 이날 공판은 피고인 측 변호인이 수사기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다음 공판기일을 정하며 10분여 만에 끝났다. 다음 공판은 오는 25일 오후 1시 50분 부산지법 서부지원 40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안준영·탁경륜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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