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에 흔들렸지만… 일상이 된 방역, 생명 살렸다
‘K방역’ 성적표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초기, 대한민국의 일명 ‘K방역’은 전 세계가 감탄했던 국민의 자랑이었다. 2년이 흐른 올 3월 고강도 거리 두기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하루 수십만 명의 확진자가 쏟아지자, K방역에 대한 비난이 폭주했다. 그럼에도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K방역 덕분에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치명률을 유지해 희생자를 줄였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성과이다.
맹렬한 전파력에 인구 31%가 확진
고강도 거리 두기 ‘무용지물’ 비판도
델타 유행 때 방역 풀었다면 사망 급증
치명률 0.1%… 의료 대응 ‘선방’ 평가
■오미크론에 무너졌지만…
2021년 12월 31일 국내 누적 확진자는 61만여 명으로 인구의 1.2% 수준이었다. 100명 중 대략 한 명만 확진자일 정도로 K방역 장벽은 높았다. 그러나 불과 100여 일 만인 현재 누적 확진자는 1635만 명을 넘겨, 인구의 31%가 확진됐다. 호주·대만 등 그동안 코로나19를 잘 막았던 국가들도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가 급증했으나, 유독 우리나라에서 오미크론 영향은 맹렬했다.
확진자 발생 관련 K방역 성적표는 오미크론 때문에 매우 초라해졌다. 거리 두기가 해제된 18일 국내 코로나19 발생률(인구 10만 명당 확진자 수)은 3만 1669명이다. 미국 2만 3946명, 호주 1만 9454명, 일본 5694명보다 훨씬 크다. 영국은 3만 1840명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며 프랑스(4만 559명), 네덜란드(4만 6551명), 이스라엘(4만 5669명) 등이 우리보다 발생률이 높다.
K방역이 오미크론 변이에 무너진 건 역설적으로 그동안 방역 장벽이 높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방역은 고강도 거리 두기로 확진자를 억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는 전파력이 워낙 강해 거리 두기 효과가 크게 떨어졌고, 그동안 확진자 발생이 적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오미크론 유입 초기부터 확산 억제 방식의 방역 체계가 변이 특성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수많은 생명 지켜낸 K방역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변이로 어차피 인구 30%가 확진될 것이었다면, 애초부터 K방역은 불필요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변이 특성을 무시한 얘기다. 만일 델타 변이 유행 당시 느슨한 방역 체계였다면, 살 수 있었던 국민 수만 명이 희생됐을 수도 있다.
18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2만 1224명,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은 0.1%이다. 치명률이 0.1% 수준인 나라는 전 세계에서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대한민국뿐이다. 멕시코(사망자 32만 명·치명률 5.7%), 브라질(66만 명·2.2%) 등 치명률이 국내보다 20~50배 이상 높은 국가도 많다. 미국(101만 명·1.2%), 이탈리아(16만 명·1.0%), 영국(17만 명·0.8%), 프랑스(14만 명·0.5%), 일본(2만·0.4%) 등 선진국에 속하는 여타 국가도 대체로 치명률이 우리나라의 4~12배 정도이다. 만일 국내 치명률이 미국 수준이었다면, 단순 계산해 국내 사망자는 25만 명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 같은 낮은 치명률은 치명률이 높은 델타 변이를 잘 막아내 확진자 대부분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료 대응체계가 원활하게 돌아가, 중증환자에게 적절한 치료가 가능했던 것도 주요한 이유다. 결국 K방역 아래 국민의 백신 접종과 일상 방역 협조,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희생 등이 더해져 코로나19 희생자를 크게 줄인 셈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