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제야 숨통 트인다”… 시민·자영업자 ‘함박웃음’
거리 두기 해제 첫날 르포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여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격 해제되면서 꽁꽁 얼었던 부산의 일상도 봄을 맞았다. 영업시간 제한에 움츠렸던 자영업자들은 희망을 품고 손님맞이에 분주해졌다. 시민들도 코로나19로 빼앗겼던 일상을 되찾았다.
18일 낮 12시께 찾은 부산 부산진구 서면1번가. 이날부터 식당과 술집 등의 영업시간과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전면 해제되면서 서면 거리는 시민들로 붐볐다. 2020년 3월 이후 25개월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풀리면서 자영업자들과 시민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서면 식당·술집 등 손님맞이 분주
시민들도 약속 잡으며 한껏 들떠
방역 수칙 느슨해질까 우려도
서면에서 일본식 주점을 운영하는 박철우(43) 씨는 낮부터 식자재 준비에 한창이었다. 박 씨는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서 오전 3시까지 영업을 할 계획이다. 그는 “원래 오전 3시에 문을 닫던 주점인데, 지난 2년여간 빨리 문을 닫아야 했다. 오늘은 마지막 손님들이 있을 때까지 문을 열어 둘 생각이다”며 “기나긴 영업시간 제한으로 적자가 크게 쌓이는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버텨 왔는데 이제야 좀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발길이 뚝 끊겼던 단체 예약 손님들도 부쩍 늘었다. 부산 동래구에서 곰장엇집을 운영하는 최효자(59·여) 씨는 평소보다 배나 많은 재료를 준비해 놓았다. 이날 저녁에는 35개 테이블 중 20개가 이미 예약됐다. 최 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 완전 해제를 예고한 지난주부터 서서히 예약이 늘더니 이번 주에는 테이블이 대부분 예약된 상태”라며 “가게 특성상 저녁 손님들이 대부분이라 2년 내내 적자를 봤는데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여행길이 막혀 텅 비었던 관광지도 관광객들의 가벼워진 발걸음을 기대하며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부산 중구 국제시장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장 모(62) 씨는 “지난 2년 관광객이 크게 줄어 국제시장 일대가 침체된 상태였다”며 “이제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관광객이 늘어나면 상권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김 모(27·부산진구 전포동) 씨는 “그동안 약속이 잡히면 인원과 시간 체크를 하느라 초조했는데 이제는 마음 놓고 저녁에도 약속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거리 두기 해제 소식을 듣고 그동안 못 봤던 친구들과 바로 저녁 약속을 잡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도 여전하다. 코로나19의 확산 기세가 크게 꺾였다고 하지만 아직도 수만 명의 확진자가 전국에서 쏟아지는 데다 완치자 재감염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변이 확산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일부 시민들은 거리 두기 전면 해제가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기본적인 개인 생활방역 수칙마저 느슨하게 하거나 무너뜨릴 수 있다고 걱정한다. 중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유 모(61) 씨는 “거리 두기 해제는 반갑지만 확진자가 늘어나면 다시 거리 두기가 시작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이전보다 내부 방역과 손님 마스크 착용 권유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최 모(58·수영구 광안동) 씨도 “최근 코로나19 재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 거리 두기 해제가 재확산의 도화선이 될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크다”며 “실외 마스크 착용이 해제돼도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