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관객 만날 생각에 한국 문화 엄청 공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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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오마르 로드리게즈

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의 상주 연출인 오마르 로드리게즈(아래)와 ‘라이온 킹’ 공연의 한 장면.

#장면 하나.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 광활한 사바나 초원이 펼쳐진다. 개코원숭이 주술사 라피키가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오프닝곡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 생명의 순환)를 부르면 초원의 무리가 등장한다. 사바나를 뛰노는 가젤, 우아하게 걷는 기린, 발 빠른 표범이 무대를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이윽고 아기 사자 심바의 탄생과 함께 ‘생명의 순환’이 울려 퍼진다.

3년 만에 부산 찾은 ‘라이온 킹’
내달 8일까지 드림씨어터 공연
“무대 곳곳 한국적 요소 재미 더해
일상 스트레스 공연으로 날리길”

뮤지컬 ‘라이온 킹’이 3년 만에 부산으로 돌아왔다. 아프리카 소울로 채워진 음악과 언어, 야생 밀림을 연상시키는 무대와 의상은 관객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의 상주연출을 맡은 오마르 로드리게즈는 “이번 한국 공연을 위해 한국 문화를 공부했다”고 했다. 부산 관객을 만나고 있는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다음 달 8일까지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이 작품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다.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21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1억 100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동물이 주인공이지만 결국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한국에선 2019년 첫 내한 이후 3년 만에 다시 열린 세계 투어 공연이다.

이번 투어의 볼거리 중 하나는 국가와 지역에 맞춘 색다른 연출이다. 로드리게즈는 “공연을 준비하며 한국말도 배우고 음식도 먹어봤다”며 “무대 곳곳에서 한국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공연 중간중간 배우들이 하는 한국어나 지역 특색을 살린 대사가 눈에 띈다. 극 중 배우가 “국제시장에서 파는 샤워 커튼 같구먼”이라고 말할 때나 “안녕하세요” “아리랑” 등 한국어 대사를 할 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로드리게즈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힘든 시기를 겪은 만큼 이번 투어가 더욱 의미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피부색, 종교, 국가에 관계없이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게 함께 살아갈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배웠다”며 “예술은 그것을 성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예술은 생명을 구하기도, 심지어는 도시를 구해내기도 했다”면서 “‘라이온 킹’도 그런 점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는 요소들을 담았어요. 세상의 모든 사람, 동물, 요소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전달하고 있죠.”

무대를 가득 채운 개성 있는 마스크와 퍼펫(꼭두각시 인형)을 보는 재미도 있다. 공연에는 모두 235개의 퍼펫이 등장한다. 50g 남짓한 가벼운 마스크부터 20kg에 달하는 품바 퍼펫까지 소재와 무게가 다양하다. 기린 퍼펫의 높이는 무려 5.5m다. 오마르 로드리게즈는 “마스크는 마스크&퍼핏 팀에서 매일같이 세심하게 체크하고 보수한다”며 “이번 퍼펫은 인터내셔널 투어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새롭게 제작됐다”고 했다. 그는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각도, 모서리, 구조가 모두 다르다”며 “각 캐릭터는 마스크의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했다”고 했다.

로드리게즈는 이번 부산 공연을 ‘특별한 경험’이라고 했다. 그는 “부산은 자연이 가득하고, 예술적인 도시”라며 “친절한 사람들이 가득한 도시에 돌아와 매우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했다. “부산 관객 여러분, 세상과 휴대폰, 업무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라이온 킹’을 즐길 수 있길 바랄게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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