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공저자 논문, 징계는 했는데 공개는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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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부모 찬스’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부산대가 미성년 공저자 논문에 대한 징계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학이 나서서 입시 부정에 대한 징계 절차를 투명하게 밝혀야 입시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잇단 부모 찬스 논란으로 무너진 우리 사회의 ‘기회의 공정’에 대한 불신도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인다.

2019년 교육부 감사서 부정 확인
부산대 교수·고3 자녀 등재 논문
‘개인정보’ 이유로 징계 결과 함구
‘부모 찬스’ 미성년 공저자 논문
불투명한 조치에 불공정 논란 확산

부산대는 2019년 교육부 특별감사에서 연구 부정으로 판정된 A 교수의 미성년 공저자 등재 논문과 미성년 공저자 논문이 있지만 없다고 허위 보고한 B 교수에 대한 징계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고 19일 밝혔다. <부산일보> 취재진은 최근 잇따라 불거지는 부모 찬스 논란에 따라 부산지역 대학의 미성년자 공저자 부정 논문 현황 취재에 나서 2019년 교육부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 등 관련 특별감사 결과 발표’ 자료를 통해 부정 논문 사례를 확인했다.

앞서 2019년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 부산대는 미성년 공동저자 논문 중 2건의 문제를 지적받았다. 당시 부산대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은 총 17건으로, 이 중 미성년 공저자 논문이 있지만 없다고 신고한 ‘허위 보고’ 1건과 교수가 자녀와 공저자로 기재한 ‘연구 부정’ 1건이 특별감사에서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대 A 교수는 2012년 당시 고교 3학년이던 자녀 C 씨를 공저자로 기재, 논문을 출간했다. C 씨는 미성년 공저자로 논문에 등재된 이듬해 해외 대학에 진학했다. 특별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 뒤 교육부는 부산대에 ‘해당 교수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당시 특별감사 결과에 “부산대가 미성년 공저자 논문의 연구 부정 검증 과정에서 연구노트 등 참여 증빙에 대한 확인 없이 교수 소명에만 의존했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자녀 C 씨의 논문 기여도에 대한 부산대의 검증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부산대는 교육부의 징계 지시 이후 3년 가까이 침묵하며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 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다. 본보 취재진은 부산대 측에 A 교수에 대한 징계 수위와 함께 미성년 공저자 논문이 해외 대학 입학에 활용됐는지 여부를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부산대는 “적절한 조치를 했다는 사실 이외에 어느 것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부산대 연구감사실 관계자는 “교육부의 감사 이후 해당 교수에 대해 마땅한 조치를 취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징계 결과, 논문 제목 등 신분이 노출되는 어떤 정보도 공개할 수 없으며 공개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학술진흥과 관계자는 “논문 제목을 알면 이름 등 개인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어 관련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며 “최종적으로 대학이 정보를 소유하고 있어 징계 절차나 수위 등에 대한 정보 공개 여부는 대학의 자율성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 부정으로 판명된 미성년 공저자 대부분이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이미 졸업한 것으로 드러나 ‘부모 찬스’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회 교육위 서동용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발표한 ‘연구부정 미성년 공저자의 국립대학 진학 현황’에 따르면 2011학년도 이후 연구부정 판정을 받은 미성년 공저자 논문으로 국립대에 입학한 학생은 모두 24명이다. 이 중 입학 취소 결정을 받은 학생은 3명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학생 21명은 별도 조치 없이 재학 중이거나 이미 졸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부정 논란이 입시 공정성 논란으로 번지면서 대학의 ‘깜깜이’ 징계 절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진다.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엄창섭 이사장은 “개인정보 보호는 필요하지만 연구 부정 판정의 이유와 자녀의 논문 기여도, 징계 절차 등을 공개해야 시민들의 의구심이 불식될 것”이라고 밝혔다.

변은샘·나웅기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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