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현의 사람 사는 경제] 검수완박, 이렇게 풀자
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전주에 있는 한 슈퍼에 3인조 강도가 들어 금품을 강탈하고 피해자 한 명의 목숨을 뺏는 사건이 있었다. 검찰은 인근에 살던 세 사람을 기소했고, 용의자들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몇 개월 후 부산에서 이 사건의 진범들이 체포되었다. 부산지검은 전주지검으로 사건을 송치했는데, 전주지검은 이들이 범인이 아니라며 석방해 버렸다. 범인들을 석방한 검사는 바로 처음에 이 사건을 수사하고 세 사람의 용의자를 기소했던 검사였다. 자신의 수사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검사의 체면 때문에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세 사람의 인생은 망가져 버렸다. 다행히 형기를 모두 살고 나온 한참 뒤에야 진실은 밝혀졌지만, 돈으로 보상을 받는다고 해서 인생을 보상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검찰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사건이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늘 갈등
검수완박으로 마지막 진통
새 정부 들어서기 전 해결해야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논란
검찰이 어떻게 해결할지 큰 관심사
검찰 스스로 능력 공정성 보여야
검수완박이라는 말을 처음 신문에서 접했을 때 솔직히 어리둥절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자주 쓰는 말 가운데 가끔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지만, 젊은 세대가 아니라 늙은 정치권에서 나온 이 요상한 신조어의 의미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알고서야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검찰에 주어졌던 수사권을 완전히 경찰로 이전한다는 뜻인데, 이를 두고 박탈이라는 표현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정부기관들 간에 권한과 책임이 오고가는 일은 자주 있지만 그것을 박탈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튼 검수완박에 대한 검찰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은 모양이다. 전국의 검사장들이 모여 정부를 성토하더니 이번에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표를 냈다. 사표를 쓰는 일은 자기 뜻대로 할 일이니 시빗거리가 안 된다. 다만 일반 공무원이나 교사들의 정치활동이 금지된 나라에서 검사들은 저렇게 공개적으로 정치적 행위를 해도 되는지는 궁금하다. 검찰개혁 문제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제기된 일은 아니지만, 유난히 이 정부에서는 검찰개혁으로 인한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누구를 편들거나 누구를 비난할 뜻은 없다만 이른바 조국 사태도 개혁에 반발하는 검찰의 표적수사로 일어난 사건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설 날이 불과 며칠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든 이 문제는 지금 정부가 해결하고 물러나야 옳다. 많은 국민들이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지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검찰의 능력과 공정성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검사면서 검찰에 증거제출을 거부한 이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되고 온 검찰이 나서고도 몇 달 동안 그 휴대전화 한 대를 열지 못해 수사를 못하는, 그렇게 무능력하고 자기 자신에게는 전혀 공정하지 못한 검찰을 어떻게 신뢰하느냐는 말이다. 그러니 이제야말로 검찰이 스스로 능력과 공정성을 증명해 보여야 할 때다.
윤석열 당선자가 장관 후보자들을 발표했는데, 여론의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듯싶다. 그 가운데 특히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특혜 편입학과 병역 면제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나는 정 후보자가 자녀들의 편입학에 개입했을 것이라거나, 후보자의 딸에게 만점을 준 동료 교수들이 부정을 저질렀다거나 후보자의 아들에게 진단서를 발급해 준 후보자와 같은 병원의 의사가 허위진단서를 발급했다고 주장할 마음은 없다. 다만 이제 검찰이 이 문제를 어떻게 수사하는지 지켜보고 싶다. 많이도 말고 대한민국 검사 2000명만 달라붙어 정 후보자 자녀의 중학생 때 일기장을 압수하고 후보자의 배우자가 어느 마트에서 콩나물을 사는지, 후보자 주변 인물들 가운데 야한 동영상을 다운받는 이는 없는지 먼지 한 톨까지 조사한다면 나는 검찰의 능력과 공정성을 신뢰하고 검수완박에 반대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