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부모 걱정되나요? 전국 유일 안심콜서비스 이용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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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독거노인지원센터 정경미 선임사회복지사는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날아온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싱가포르 이민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부산에 홀로 사는 아버지와 한 달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너무 걱정된다는 내용이었다. 정 선임사회복지사는 서둘러 이메일을 보낸 이의 아버지가 계신 집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어르신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부친은 무사하다’는 답장을 싱가포르로 보냈다.

부산 ‘65세 이상 독거노인’ 대상
부모 상황 대신 점검·주 1회 이상 안부 확인
부산독거노인지원센터서 서비스 접수 받아
자녀나 지인, 주변 사람도 신청 가능

■부모 안부 걱정된다면

부산에 혼자 사는 부모와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자식의 심정은 어떨까. 서울이나 외국 같은 먼 지역에서 살고 있다면 곧바로 내려오기도 쉽지 않다. 누가 대신 부모의 안부를 확인해주면 좋을 텐데….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부산에 혼자 사는 부모의 안부가 걱정된다면 ‘부모 안부안심콜 서비스(1588-5998)’를 이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산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부모 안부안심콜 서비스는 정기적으로 안부 확인이 필요한 부산의 65세 이상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자녀와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는 부모의 상황을 대신 점검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정기적으로 주 1회 이상 안부를 확인하는 게 사업의 내용이다.

서비스를 받으려면 신청서와 동의서를 팩스(051-462-2590)나 이메일(senior051@daum.net)을 통해 부산시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로 보내면 된다.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자녀뿐 아니라, 지인, 행정복지센터 등 모든 주변 사람도 가능하다.

부모 안부안심콜 서비스는 2018년 부산시 노인복지과의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당시 노인복지과 담당 과장이 부모에게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 일을 직접 경험한 게 계기였다. 독거노인을 돌보는 사업은 각 구군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통합 컨트롤 타워가 없었다.

부산시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는 사업 시행 첫 해에는 전국적으로 홍보 활동에 전념했다. 각 관공서와 기관에 이메일, 홍보지를 보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재외공관에도 발송했다. 부산역과 각 지하철역에 광고도 내보냈다. 케이블TV 뉴스에도 등장했고 자막 안내도 내보냈다. 시행 첫 해에는 반응이 빠르지 않았지만, 1년이 지난 2019년부터 조금씩 연락이 왔다.

부산시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박선희 센터장은 “지금은 300~400명 정도를 관리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자녀나 주민센터에서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어르신이 직접 신청하는 경우도 늘었다. 코로나19 탓에 자녀는 물론 주변 사람이 찾아오기 힘들다는 걸 이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8년 사업 후 이용자 920명
지난해 현장 출동 37차례·전화 상담 1800여 건
3번 이상 연락 안 되면 현장 확인
전담원 업무용 자동차 없어 노인 대처에 어려움




■안부 전화에 정기 확인까지

사업을 시작한 이후 이용자 누계는 920명이다. 전화 상담건수는 4000여 건이다. 지난해의 경우 전화 상담 건수는 1800여 건이었다. 현장에 출동해 안부를 확인한 사례만 37차례였다.

부모 안부안심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부모 안부를 확인해달라거나 여러 가지 도움을 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최근에는 혼자 사는 노인이 코로나19에 걸렸는데, 딸과 주변 가족들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노인을 돌보는 것은 고사하고 음식을 살 수도 없었다. 금요일 저녁이어서 보건소와도 연락할 수 없었다. 딸은 결국 안부안심콜 서비스인 1588-5998 번호를 눌렀다. 주말이었지만 상담원이 물건을 구입해 노인에게 전달했다.

기장의 한 노인은 사흘째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센터는 해당 지역 이장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집을 찾아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알고 보니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돼 전화기가 꺼진 경우였다.

처음에는 자녀와 친지의 문의가 있을 경우에만 어르신 안부를 확인했다. 그러나 한 해 두 해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정기적인 안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지금은 매주 한 번 이상 정기적으로 찾아간다. 이영명 과장은 “3번 이상 연락이 안 되면 직접 현장을 찾아간다. 대개 노인이 휴대폰을 제대로 조작하지 못해 전화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몸이 안 좋은 노인을 발견하면 노인맞춤돌봄서비스나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주민센터 지원을 신청할 수 있게 돕기도 한다.

사실 예산이 제한된 탓에 부모 안부안심콜 서비스 전담인력은 그렇게 많지 않다. 상담원 2명과 전담원 1명이 전부이다. 상담원은 전화로 상담을 담당하고, 직접 노인을 만나러 가는 일은 전담원이 맡는다. 처음에는 자원봉사 활동가도 활용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상황이 나빠져 중단돼 안타깝다. 예산 문제 때문에 업무용 자동차를 마련할 수도 없어 전담원이 버스, 지하철을 타고 다녀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육체적 피로도도 높다.

소통을 원하는 노인들의 경우 센터 등에서 대처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은둔형이거나 우울지수가 높은 노인, 사회관계를 단절한 노인의 경우 찾아내기도 힘들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이동 서비스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의 경우 두리발을 이용할 수 있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은 없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장기적으로 노인 이동 수단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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