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검수완박’은 국민을 위한 것인가
이수권 부산지검장
검찰의 수사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급박하게 추진되고 있다. 법안 추진 이유를 보면 ‘검찰의 국가형벌권 행사에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 규정을 삭제하여 이를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검수완박 법안에 따르면 검사는 경찰·공수처 소속 공무원 범죄 이외에는 어떠한 수사도 할 수 없고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도 없다. 전체 사건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도 할 수 없다. 법관이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 피고인이나 증인의 진술을 직접 듣고 심리하듯이 소추권자인 검사가 기소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직접 사건관계인의 진술을 듣고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수단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또한 경찰의 구속기간을 종전 10일에서 20일로 두 배 늘리고,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송치요구를 할 수 없으며, 불법 체포·구속된 사람이 발견된 경우 즉시 석방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국민의 인권보호에 역행하는 규정도 다수 존재한다.
법안 추진 이유인 국가형벌권의 공정성과 객관성도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없고, 그러한 요구가 나온 배경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수사·기소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문제되는 사건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는 형사사법제도 자체의 문제이기보다는 검찰이 제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그 대책 역시 검찰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방식의 법개정이 아니라 검찰제도의 운용 방식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70여 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검경 간에 ‘균형’과 ‘효율성’이 확보되는 수사시스템을 갖춰 왔다. 그런데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경찰에 대부분 권한이 집중되고,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검사의 권한이 제한됨에 따라 이러한 균형과 효율성이 모두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지난 수십 년간 부패범죄, 경제범죄, 선거범죄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과 수사역량을 쌓아왔다. 형사법뿐만 아니라 민사법·행정법 등 다양한 법률 지식을 갖추고,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판단하며, 법정에서 변호인들과 치열한 법리 논쟁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국가기관은 ‘검사’가 유일하다. 그러나 수사권 폐지로 이러한 전문성과 수사역량이 아무런 대책 없이 사장될 처지에 놓였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금융·증권 등 경제범죄,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범죄, 국민의 공공안녕과 복리에 직결되는 대형참사범죄 등에 대한 검찰 수사 차단은 곧바로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변호사 단체나 저명한 인권변호사도 검수완박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형사사법시스템에 큰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고 한다. 학계에서도 검찰 수사권 박탈은 시대착오적인 반헌법, 반인권적인 발상이며 범죄를 만연시키고 수사지연으로 국민 피해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법원도 이런 법률의 유례를 본 적이 없다면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복잡하고 전문적인 영역의 사건은 검사의 검토를 받으며 검경 간에 분업과 협력이 잘 되고 있었는데 이 균형이 깨지게 되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3개월 내에 시행되고, 기존에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은 모두 관할 경찰로 이관해야 하며, 전국 검찰청에 근무 중인 약 6000여 명의 검찰수사관들이 수사업무에서 배제되어 수사는 물론 형집행도 할 수 없는 등 형사사법업무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지난 4월 18일 대통령께서 검찰총장을 면담하면서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국회의 입법도 그러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도 부디 국민을 위해 ‘검수완박’ 법안이 우리들의 삶에 미치게 될 영향과 문제점에 대해 각계각층과 함께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한 후 결정하기를 간절히 바란다.